본과 2학년 후기
이놈의 게으름증.
올해(2014)는 좀 떨쳐야겠다. 제발 . ㅜㅜ
나중에 남는게 기억보다 기록이라는 걸 그렇게 알면서도 그때 그때 감정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것 같다.
올해(본2, 2013)는 내가 이 공간, 이 사람들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했던 해였던 것 같다. 작년에 이어서 거의 비슷한 사람들과의 관계만 지속하고 그 관계 안에서 나를 보다보니 지난 2년은 오히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확히는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내가 어느 정도 선에서 짜증을 내는지. 혹은 어떤 사람에게 짜증을 내는지.
내가 몰랐던 나의 성격, 장점, 단점, 이상한 점, 개선해야 할 점 등등 내가 좀더 나에 대해 이해하고 발견하는 날들이랄까. 오히려 학업이나 관계에 대한 생각들, 그냥 여러 이것저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이 줄었고 (사실 이건 좋지 않았다. 나는 글쓰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단순히 '내가 이렇구나'하면서 흘러가는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재시를 몇개 봤는데 (몇개라고 하기엔 좀 많지만)
가장 충격적인 재시는 두가지로
하나는 너무 소수가 걸린 재시라 도저히 믿을수가 없어서 몇일을 기도하고 교수님께 찾아갔다가 나 또한 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똑같은 사람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고 열심히 공부해서 본시보다 더 성적이 잘 나온 케이스, 더군다나 이 시험때문에 이악물고 공부한 다른 시험은 점수가 엄청 잘나오게 된 촉매제같은 경험이었고
두번째는 정말 열심히, 이해해서, 쓸만큼 쓰고, 풀만큼 풀었는데도 재시명단에 있는 내 이름을 보고 정말 실망스러웠던 시험으로 이 시험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해야 재시에 걸리지 않는걸까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던 시험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왔는데 이걸 재밌게 하지도 못하고,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한창 그때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달란트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너무나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미미한 열등감이 피어오를 때여서 재시 당첨 후 정말 화도 나고 우울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 재시 이후로 나의 학업관이 바뀌었다고 해야되나.
최소한 메이저 병원에 갈수 있도록 3등급 이내로 성적을 만들어 놓자가 내 목표였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이제 내려놓고-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쉴 때도 '공부해야하는데'라는 생각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지난 2년을 이제 뒤로 하고 실습할 때는 내가 정말 재밌게 하고싶은 거 하면서, 필요할때만 공부를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사니까 해야하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사람이 갈때까지 간것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럴려면 또 멀었지만.
기본 성격상 막가파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조금더 부지런해져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
본2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나서 매일같이 명학에서 마주치며 방학이 없을 것처럼 한숨짓던 우리들이 내일은 학교에 없고 그냥 2학년이 이대로 끝난 것이 뭔가 많이 허무했다. 정말 이게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그렇다고 방학이 하기 싫은 건 아니지만 불이 타다가, 타다가. 약간 재가 된 느낌.
그나마 동기들과 함께 나름 종강파티.. 같은 세븐스프링스 회식도 하고 회포를 푸니까 좀 나았는데 ㅎㅎ
지금 다른 병원에서 서브인턴십하면서 본2를 정리하다보니 뭔가 아주 옛날일 같기도 하고,
본3때 좋은 팀웍이 되서 재밌게 실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나에게 정말, 정말로 수고했다고. 이제 온만큼만 더 힘을 내서, 이제는 속도도 붙겠다 좀만 더 달리면 된다고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안아주고 싶다.
그 결승점에 나와 하나님이 함께 승리하길:)
본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