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인턴이야기

유쾌불쾌통쾌

seineee 2016. 4. 3. 11:41

3.31 아침에 쓰여졌어야 하는 글.

유쾌한 일.
방방 아저씨는 L-tube를 처음 꽂는 환자로 obey가 약간 되는거 같아 우리의 유린윤께서 학생간호사들을 대동하고 L-tube를 넣기로 하였는데 코에 튜브를 넣자마자 양반다리를 한채로 베드에서 방방 뛰며 헤드뱅잉을 하셔서 도저히 못넣고 왔다는 그분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침에 micu a6(6시에 하는 abga) 하러 갔더니 레빈이 꽂아져 있더랜다. 개유쾌. 누가 꽂은 건지 아무리 봐도 신통방통.

불쾌한 일.
히드라 할아버지는 L-tube를 매일 꽂는 환자로 유린윤과 고테츠 인턴 둘이 번갈아 가며 매일 꽂는 환자인데 그전날에도 역시 엘튜브를 꽂는데 유린윤에게 죽일ㄴ더러운ㄴㅆㄴ등등의 듣도보도 못한 욕을 하면서 난동을 부렸던 환자인데 오늘은 고테츠에게 침을 뱉었다. 조준해서 두번. 웃기면서도 씁쓸한 순간. ㅎ.

통쾌한 일.
어제 그 환자와 싸운 일을 소아과 도는 인턴동기 가오를 포함한 동기들에게 얘기했었다. 가오는 소아과 최과장 파트인데 최과장은 인턴에게 너무 관심이 많아 쉬고싶을 때도 계속 밥먹자고 앉혀놓고 이야기를 2시간씩 하는 인물로 하나에 꽂히면 계속 그 얘기를 해야하는 그런 인물이다.
가오가 최과장님과 마지막 회진을 돌고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5층에서 엘베 문이 열리고 말로만 들었어도 딱 알아보겠는 어제 그환자 몰폴로지의 환자 한명과 보호자가 탔는데 마침 최과장의 화두는 '진상환자'.

"인턴쌤(가오)이 아직 진짜 이상한 환자를 못 만나봐서 그래요. 다음턴에 응급실이라면서요. 완전 힘들건데. 진짜 이상한 사람은 동의서 짜잘한 거 하나 받으러 가는데도 성질내고 진상부려요."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가 겪은 진상환자에 대해서 끊임없이 얘기하는 최과장과 모든 상황을 알고있는 가오와 가오가 차마 얼굴을 쳐다볼수 없었다던 그 환자의 민망한 동행. 내가 직접 말하는 것보다 사천배는 더 효과적이었을 거 같은 최과장의 역습은 완전 통쾌 ㅋㅋㅋ 한 일주일 정도는 최과장 컴플레인 받아줄수 있을거 같다며 ㅋㅋㅋ

아. 유쾌불쾌통쾌한 아침이다.
잃어버렸던 반지도 찾았고 이어폰도 자기 직전에 찾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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