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인턴이야기

안들리는 사람들

seineee 2017. 1. 12. 00:35

10월엔 이비인후과였다.

안들리는 사람들이 들으려고 더 노력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외래에서 한번씩 마주치는 전농(완전히 안들리는 상태)이나 보청기낀 어르신들을 보면 내 입모양을 자세히 보면서 안들리는 귀를 가까이 대고 듣는 경우가 많다.

sudden hearing loss 환자들은 약간 다르다.
갑자기 안들리거나 이명이 심해지는 경우여서 불편하다고 성질을 내거나 불평하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다.

외국인환자가 한명 있었는데
형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고 가족으로 한국에서 같이 살고 싶은데 출입국증명인가에 장애진단이 필요하다고 내원했다. 듣는다해도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뿐더러 태어날 때부터 전농이었던 이 환자는 처음 와보는 한국의 병원 어느 진료실에서 눈을 이리저리 굴릴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거기다 제대로 언어교육을 받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말도 못한다고 했다.
선천적이라고 하길래 임신했을 때 어머니가 풍진같은 병에 걸리진 않았는지 약복용은 없는지 물어봤더니 어머니도 전농이란다.

아들이 자신과 같이 선천적으로 못 듣는다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신생아난청검사에 이상이 있어 온 엄마들도 종종 오는데 다들 회복도 되지 않은 몸으로 간난쟁이를 데려와 걱정스런 눈빛으로 정밀검사 예약을 하고 가는데 아가를 재워야하기 때문에 진정제 동의서를 받을 때는 내가 더 조심스럽다.

귀가 먹은 사람은 오히려 더 잘 들으려 노력하는데
멀쩡해도 사람 말을 듣는 척도 안하는 사람들을 보면 장애는 멀리 있지 않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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