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준비 1
올해 장기 여행을 접으면서부터 그동안 미뤘던 임신준비를 시작했다.
2월이 정형외과라서 씨암때문에 radiation shower(!)가 예정되어 있어 우선 인턴끝나고부터 시도를 하기로 했고
그 후에는 스트레스+몸 상태 때문에 몇 달정도 소식없이 그냥 흘러가고 있었다.
문제의 씨암.... 언!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 ㅋㅋㅋㅋ
그동안 사실 많이 힘들었다.
여행도 못가게 됐고 그렇다고 임신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 같은 심리 상태가 하나 있었고
두번째로는 아직 여행못간 억울함이 내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때라 임신을 하게되면 앞으로 하기 어려운, 하지만 해보고 싶은 일들 - 제일 먼저 여행이랄지, 서핑, 스쿠버다이빙 등등 액티비티들- 때문에 선뜻 바로 임신하는 게 싫기도 한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임신하는 건 내 의지와 내 뜻대로 하는 건데 마치 아버님 힘내시라고 치료 및 살아갈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임신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래서 고맙다는 얘기 듣는 일들이 너무 뻔해서 그것과 분리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내용은 절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거란 것도 잘 알고 있음)
여행이 엎어졌단 얘기를 듣고 대부분은 그럼 임신하겠네 라는 얘기들을 했고 (그렇게 이어지는 것도 참 제멋대로 임) 그때마다 저 복잡시런 맘들을 가지고 겉으론 웃으면서 “아 네”하고 마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리를 할 때마다 힘든 것도 나였다.
나는 맘먹으면 한 방에 가질 수 있을거야 하고 근자감에 부풀어 있던 내가
몇 달간 생각처럼 임신이 안 되다보니 괜한 스트레스와 자존감 저하를 겪게 되었고 다들 맘을 내려놓는 순간 되더라는 말뿐.. 맘이 안 놔지는 걸 어떡해 ㅋㅋㅋ
주변에 임신했다는 얘길 들으면 괜히 부럽고 속상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마음은 흔들리고 희망고문하고.
다행히도 그때마다 조언도 해주고 돕는 손길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