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되다
이전에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생리 예정일 일주일 전 묽은 갈색 냉’이라는 표지때문인지
마음 속에선 이미 임신을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저 증상은 다른 이유로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혹시나 실망할까봐 그 사이에 임테기는 딱 한번 해봤는데 (예비 임산부 사이에서 임신 극초반도 잘 캐치하기로 엄청 유명한 원포 임테기 딱 하나 남은 걸로) 마음의 눈을 크게크게 뜨고 봐도 아직 안 보이길래 ‘너무 빨리 해본 거겠지..’하며 그 이후론 아예 테스트를 안해봤다.
시험 본 다음날 원장님께 연락이 와서 언제쯤 혈액검사하러 오라고, 그럼 그 다음날 결과 알려주겠다고 하시면서 시험본 얘기, 면접 볼 얘기 등등하다가
갈색 냉이 나왔다고 하니 좀 걱정하시면서 착상이 잘 되게 프로게스테론 질정이라도 쓰면 좋을텐데. 라면서 착상혈 이런 걸로는 전혀 생각을 안하시는 듯 했다.
역시 나만의 설레발이었나...
아무튼 면접 결과는
피검사 하러간 날, 즉 원래 발표일보다 하루 일찍 발표하여 <축 불합격 축>되었고
사실 약간 바라던 바였지만 또 합격이 안되고 나니 맘속 한켠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 없더라.
거기다 그 다음날이 피검사결과날=생리 예정일이었는데 꼭 생리할 것처럼 허리도 불편하고 감정도 제멋대로인게 더 불안한 느낌이 드는 상태.
저녁먹으면서 그런 불편한 기운을 감지한 오빠가
“떨어져서 힘들어?” 라고 묻자
“아니 꼭 생리할 것처럼 허리가 아파서”
“이번에 안 되면 다음달에 다시 트라이 하면 되지”
라는 말에 갑자기 눈물이 울컥하더니
“그냥 그만 하고싶어” 라고 자동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몇년동안 임신이 안돼서 ivf하고 이것저것 다하는 난임부부들도 있고 물론 내가 했던 일은 그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아무에게도 지지 않은 빚처럼 스트레스가 쌓여있었고 그렇게 신경쓰고 마음쓰는 일이 일 년쯤 되가니까 나름 지쳤던 거다.
“너도 잘 될거야” 라는 말 조차 반감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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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아침,
임신으로 나오긴 했는데 수치가 너무 낮아서 더블링되는지 다시 보게 재검하자는 연락이 왔다.
쉽지가 않다.
우선 다음날 가기로 했는데 집에 cctv달아놨는지 오빠한테 바로 연락이 ㅎㅎ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서
우선 수치가 애매해서 팔로업하자 했다고 하니
애매한 수치도 있나요? 라고 묻는다.
또 두근두근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병원.
원장님이 수치를 전화상으로 들어서 잘못들었다고,
b-hcg가 5이상이면 임신인데 내 수치는 39였고 전화상으로 9라고 들어서 너무 낮길래 논문도 찾아보고 했다며- lower normal range에서 천천히 오르는 사람도
있다 하더라고. 어찌됐든 실제론 정상수치 나왔으니 축하한다고 ;)
헤헤.
헤헤.
차에 탔는데 갑자기 감사한 마음과 함께 눈물이 막 나길래 마음을 굳게먹고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예상보다 일이 너무 늦게 끝난 오빠를 기다려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태명도 생각해보고.
이제 일주일 뒤에 초음파로 확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