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te

결혼식

나는 내 나이에 비해 결혼식, 장례식에 많이 가 본 편이다.

스무살때부터 어쩜 그렇게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결혼식 장소도 엄청 다양하다. 일반 결혼식장은 물론이고 시민회관, 야외 가든, 리조트, 호텔, 회사 사옥, 방송국 공개홀, 학교 예배당, 큰 교회, 작은 교회 등등.

쓰고 보니 정말 많네.

 

한동안 결혼식이 뜸하다 어제 앤의 결혼식에 가게 되었다.

앤은 내가 교회에서 한글을 가르쳐주고 있는 베트남에서 온 아가씨이다.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한번 했고, 한국에서 남편쪽 가족 친구들 모시고 하고 싶으셨는지 한국식으로 결혼식을 한번 더 올렸다. 남들 다 찍는 다는 웨딩포토도 찍고 예쁘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싱글벙글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는 걸 보니 귀엽기도 하고 좋은 남편 만나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혼식은 정말 재밌었다.

다른 게 재밌었다는 게 아니라 사회도 특별히 아는 사람에게 부탁한게 아니고 이벤트 회사에서 섭외한 것같은 사회자가 시종일관 어디가서 엠씨보는 붐같은 말투로 종알종알 사회보는 것하며,

예식장 소속(?)이신 것만 같은, 어디 중학교 교장을 역임하셨다는 알바 주례선생님의 주례사는 가히 알바스러웠던게 나도 그정도 조언은 해줄 수 있을 거 같은 주례사를 딱 5분 내외로 해주시고 물론 주례사 직전의 성혼 서약과 기타 등등 이렇게 초스피드 결혼식을 본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급마무리를 해주셨다. 교장이실 때 훈화말씀을 그렇게 좀 해주시지...

 

신부가 한국에 와서 한번도 다른 결혼식에 가본 적도 없고 어떻게 결혼식이 진행되는 지 모르니까 주례사가 끝나고 양쪽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버진로드에 서서 걸어가려고 했던 것, 또 인사드릴때 남편이 큰절을 드리니까 앤도 같이 따라서 큰 절을 올린 것, 축가가 따로 없으니까 하객들에게 모두 함께 생일축하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던 사회자 -.- ㅋㅋㅋㅋ

 

신부가 외국에서 온 신부여서 그런 것뿐만 아니라 무슨 시트콤 같은 결혼식이었다. 교회분들이 약간 늦게 오셨는데 이미 식은 끝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던게 유머 ㅋㅋ

 

앞으로 여러 결혼식에 더 많이 가보겠지만 유난히 짧고, 재밌었던 이 결혼식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다른 결혼식에 가면 드레스가 어떻니, 밥이 어떠니, 이런 얘기들 했겠지만 보통 신부들에게선 볼 수 없는 해맑은 그 표정이 오래도록 그 가정에, 내 마음에 남아있기를.

반응형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찌 하다보니  (0) 2013.06.17
유입로그  (0) 2013.06.11
내가 조금만 더 능력이 된다면  (0) 2013.06.04
공부가 너무 안된다  (0) 2013.06.01
소화기 시험 전날  (0) 201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