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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 아쉬웠던 공연. 삑사리를 덮어주는 노련함.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연주자 본인도 마른 세수 할 정도면... 이제 다시 보기 어려운 거장의 순간에 참여했다는 의의와 어머니랑 동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것으로 됐다. 라 페니체에서 오페라 다시 보고 싶다.
거미 - 김수영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2020 조성진 리사이틀 광주 공연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피켓팅이 끝나고 난 다음 되팔럼들이 중고나라에 두배 가격으로 티켓을 팔고 있을 때 였다. 7월 공연이 코로나때문에 한번 취소된 후로(못된 마음지민 어차피 당직이라 못가는 날이어서 약간 안도함) 맘 놓고 있다가 당한 것이다. 아무튼 그날부터 진짜로 눈물의 표 구하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암표 가격을 주고도 충분히 좋을만한 공연인 걸 알지만 그놈들 배불려주기는 절대 싫어서 취켓팅이랑 간헐적으로 풀리는 표를 공략했고 마침 휴가 중이라서 맨날 애 재우다가 12시를 놓치고 결국 새벽 2시엔가 자다 깨서 열어본 앱에 기적처럼 나타난 s석 1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다. 사실 공연 혼자 보러가는게 익숙치 않기도 하고 해서 한자리가 더 나올 때까지 계속 트라이했는데 역시 취켓팅까지가 마지노..
아닌 것 -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에린 핸슨 류시화 옮김 Not Yo..
‘한 말씀만 하소서’ 중 (전략)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들이 인턴 과정을 끝마치고 전문의는 무슨 과를 택할까 의논해왔을 때 생각이 났다. 그애는 나만 반대하지 않는다면 마취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뜻밖이었다. 나는 아들로 인하여 자랑스럽고 우쭐해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누가 시키거나 애써서가 아니라 그애 스스로가 선택한 학교나 학과가 에미의 자긍심을 충분히 채워주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으레 그러려니 했다. 내 무지의 탓도 있었지만 마취과는 어째 내 허영심에 흡족치가 못했다. 나는 왜 하필 마취과냐고 물었다. 그애는 그 과의 중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중요하지 않은 과가 어디 있겠니? 이왕 임상을 할려면 남보기에 좀더 그럴 듯한 과를 했으면 ..
낙하산을 접어주는 사람 해마다 12월이 다가오면 자신이 쓴 시에 조언을 해 달라는 시인 지망생들의 요청이 들어온다.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응모 시즌이 된 것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시내를 걷다가 모 신문사 건물 밑에 붙은 '오늘 신춘문예 마감'이라는 표지가 눈에 띄었다. 신의 계시라 여기고 건물 안 신문사 문화부를 찾아가, 신춘문예에 응모하려고 하니 원고지를 달라고 부탁했다. 다들 취재를 나갔는지 넓은 사무실에서 혼자 기사를 쓰고 있던 한 여성 기자가 의심과 불쾌감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볼펜으로 캐비넷 위에 쌓인 원고지를 가리켰다. 그녀가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책상 하나를 차지하고서, 외우고 다니던 시 몇 편을 써서 접수하고 나왔다. 1월 1일자 신문의 시 부문 당선자에 보란 듯이 실린 이름과 사진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6) ​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적절한 말로 잘 표현해내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1Q84, 기사단장 죽이기처럼 판타지스러운 내용도 글을 잘 쓰고 메타포를 잘 이용하기 때문에 재밌게 읽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 류는 이전의 하루키, 이런 글의 느낌이다.
2017 8-12월 본 영화 일단 수능들어가서 본 영화(다시 본 것 포함)가 엄청 많다. *표는 처음 본 것. 순서는 생각나는 대로. 라라랜드 이터널 선샤인 괴물의 아이* 타이타닉 인턴 마션 인터스텔라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나와 미소시루* 트루먼 쇼 브루스 올마이티 The way* :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럭키넘버슬레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레이더스부터 해골 편까지) 옥자* 스타워즈 : 라스트제다이* 동주* 워크 투 리멤버 그 전에 본 영화들도 있을텐데 그때 그때 안 써놔서 또 까먹음.. 올해는 조금만 더 부지런해져보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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