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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그대로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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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4년차 후기 길었던 수련이 끝났다. 가을턴이라 수련이 끝난지는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블로그에서 마무리 해야하는 걸 다 못한 느낌이라.. 첫째 돌쯤 들어가서 전공의파업 코로나 유산 하극상 임신 출산 둘째육아까지 환타는 아니었는데 굳이 따져보자면 삶타 라고 해야하나 누구나 겪을수 있지만 아무도 안겪는 일들을 유난히 나에게 겪게 하신 것만 같다. (나보다 더 징한 일들도 많긴 하겠지만…) 전공의든 펠로우든 누구든 풀텀까지 일하다가 애낳는 이야기는 아직도 심심찮게 들리는데 나도 그런 훈장아닌 훈장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그걸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셨는지 날 바지런하게 내보내신 그 누구에게, 이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하고 싶다. 덕분에 내가 상대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많이 깨달았고.. 인과응보도 알게되고. 지..
2023/12/31 몇시간 후면 새해가 되는군 남편은 막내 재우러 가서 같이 자는 거 같고 .. 올해는 매 순간 산너머 산을 고비고비 넘는 것 같았다. 수련, 출산, 남편이직, 유치원 이슈, 페어, 마통, 시터문제, 그리고 아직 남은 전문의 시험까지 한 번에 하나씩만 우아하고 여유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공룡능선처럼 말도 안되는 고비가 있었나 하면 또 예상보다 수월하게 넘어온 고비들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누릴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의 충만함을 알았고 내가 진심으로 대하는 일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확인받는 순간들이 꽤 자주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출산 전후로 잠못들게 하던 힘든 일들은 아이들의 존재를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둘째를 낳고 기르면서 비로소..
무너지는 날 차근차근 잘 쌓아왔다고 믿었던 일상이 갑자기 모래가져가기를 하듯 한쪽이 와르르 무너질 때 별거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가도 어떤 호들갑에는 어떤 흘러가는 말에도 그냥 그렇게 될 때가 있다. 오늘 나는 애써 없는 체 무시해온 워킹맘의 죄책감이 건드려졌고 그냥 그렇게 울었다.
또다시 미움 증오 미련 집착 낙심 후회 배신 상처 고갈 수련기간동안 겪어온 이런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한 벤틸공간으로 사용해왔어서 그런지 지난 글들을 보면 다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해 선뜻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동안 상처받고 외로워서 공허했던 시간들을 바쁘고 새로운 일들로 채워 덮어오고 있었는데 이제 수련도 끝나가고… 공부도 해야하고 진짜 새 출발 새 진로를 향해 나아갈 시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미련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게 잘 끊어지는 일들이 또 있었다. 수련후기를 잘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8월 마지막날까지 남겨두기로 하고.
안녕 기쁨아 이제 기쁨이를 만나기 10시간도 남지 않았다. Midnight npo잊어버리고 물을 마실 뻔 했다. (물론 clear water는 2시간 npo임.. 하지만 난 임산부니께) 별로 믿지않는 한약까지 먹고 운동을 해가며 어렵게 찾아온 둘째인만큼 귀하고 또 아쉬운 생각도 들고 (하지만 셋째는 없을 것이다…) 숨도 못쉬게 누워있는게 힘들지만 또 어느날은 아 이 태동이 그리워지겠다 하며 애낳고 환각느끼는 건 아니려나 ㅋㅋ 하면서 ㅋㅋㅋ -참고로 축복이는 안에서 딸꾹질을 많이 하고 골반을 훑는 태동을 많이 했는데 기쁨이는 와다다 탭댄스+큰동작+사방 스트레칭+포지션 체인지때마다 우당탕탕 이런 느낌의 태동임 임신 중에도 여러가지 미친 일들의 향연이 있었지만 얻은 건 나고 잃은 건 상대방이라는 생각뿐. 그마저도 일을 쉬..
2022/12/31 오랜만에 글을 써 본다. 지금 이미 새해가 되버렸는데 일단 잠이 오고 내일 아침에 떡국끓여야하니까 송구영신 글은 자고 일어나서 쓰는걸로. ————— 23.1.4에 쓰는 송구영신 살면서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심지어 상대방은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름 노력했던 관계에서 등돌림을 겪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그들을 돌아보고 나에게 남아있는 진짜 위로자들이 걸러지는 경험 어떤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마음정리를 하게 해준 한 해였다. 어릴 적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도 성숙하지는 않지만 ..
2022.2.15-21 코로나격리일대기 지금 생각해보면 2월에 걸린 게 다행인건지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3.16일 일일확진자 62만명을 찍었고 3월부터는 의료인 격리 3일 권고(일할 사람 없다 그거지, 내가 일하는 병원은 본인양성은 5일 격리, 가족 양성은 검사후 음성시 근무)로 바뀌어서 차라리 일주일 쉴 수 있었던 때 걸린 게 나았다.. 라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 우리 병원도 결국 코로나 양성 환자를 수술하게 될 상황이다. 이제 특별할 것도 없어진 내용이지만.. 문자그대로 24/7 붙어있던 세 가족의 코로나 격리 일대기를 남겨본다. 2.15 격리1일차 새벽에 남편 양성 나온 거 확인하고 7시 좀 넘어서 과장님이랑 수쌤한테 연락드림 어머니 오시지 말라고 연락드리고 급하게 쓱배송으로 장보기 잠에서 덜 깬 축복이 들쳐메고 병원갔더니 검사는..
John burr 요즘 진짜로 인생노잼시기(하고싶은 것 없음, 이루고자 하는 것 없음, 일로 시간때우기 속된말로 몸빵중)라서 그 와중에 초큼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기억해본다. 축복이 독후노트 worksheet 찾아주기 축복이 보라고 심은 식물들 자라는 거 보면서 신기해하기 브리저튼 시즌2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지는 못하는 옥션 미술품 구경하기 이것뿐이라니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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