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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4년차 후기

길었던 수련이 끝났다.
가을턴이라 수련이 끝난지는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블로그에서 마무리 해야하는 걸 다 못한 느낌이라..

첫째 돌쯤 들어가서
전공의파업 코로나 유산 하극상 임신 출산
둘째육아까지
환타는 아니었는데 굳이 따져보자면 삶타 라고 해야하나
누구나 겪을수 있지만 아무도 안겪는 일들을
유난히 나에게 겪게 하신 것만 같다.
(나보다 더 징한 일들도 많긴 하겠지만…)

전공의든 펠로우든 누구든 풀텀까지 일하다가 애낳는 이야기는 아직도 심심찮게 들리는데
나도 그런 훈장아닌 훈장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그걸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셨는지 날 바지런하게 내보내신 그 누구에게, 이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하고 싶다.
덕분에 내가 상대적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많이 깨달았고.. 인과응보도 알게되고.

지긋지긋해서 뒤도 안돌아보고 싶었는데
또 어차피 떠날 거라면 이렇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배우고 울고 싸우고 웃고 고통스러웠다가 가끔 즐겁고
그렇게 조련과 수련의 경계에서 탈출해서 관망하니
흰쥐 검은쥐가 갉아먹는 덩쿨을 붙잡고 가끔 떨어지는 꿀에 매달리는 중생이 나였구나. 싶은 것..

남편이 의국 사람들 얘길할때마다
계속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는 동기가 있는 게 부러웠는지
관계가 어그러지는 일들이 일어나면
너무 힘들고 아쉽고 배신감마저 들었는데
수련을 왜 받는지 왜 이 과를 선택했는지
수련받는 동안 보드만 보고 적당히 일하는 사람과
그 외 잡기에 관심많은 나는 애초에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거라고 이제야 반추해본다.

그래서인지 보드따면 달라질까? 했는데
-다들 어딜가도 수련병원보다는 낫다고들 하긴함-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공부하기 싫어서 의사된건데 배워야할건 여전히 많고
보드를 따는 것과는 전혀 별개인 문제들이 항상 산재해 있다. 매일 별탈없이 가정과 나와 일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절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처절히 깨닫고 또 깨닫는다.

수련과 육아 중 뭐가 더 힘드냐고 묻는다면
육아는 그래도 잣같은 모먼트는 그닥 없기에
기간이 정해져 있어도 수련이 더 힘들다고 말하고는 싶은데 백일 전 육아는.. 돌끝맘.. 18개월 재접근기18..
그 두 개 다 해낸 나 장하다! 둘째도 키운 나 짱이다!
(정신승리만이, 셀프세뇌만이 워킹맘을 버티게 한다.
이 모든 것이 누굴 위한 것인가 생각하면 아무 부질없어지고 고통스러울뿐이다.)

날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 가족 남편 아이들
여러 좋고 안좋은 가르침을 주신 의국과
도움을 많이 받은 간호사쌤들 수술방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여기서 전하면서..

아무튼 수련이 끝난 것을 (1년만에) 축하합니다!
셀프축하!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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