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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과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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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기쁨아 이제 기쁨이를 만나기 10시간도 남지 않았다. Midnight npo잊어버리고 물을 마실 뻔 했다. (물론 clear water는 2시간 npo임.. 하지만 난 임산부니께) 별로 믿지않는 한약까지 먹고 운동을 해가며 어렵게 찾아온 둘째인만큼 귀하고 또 아쉬운 생각도 들고 (하지만 셋째는 없을 것이다…) 숨도 못쉬게 누워있는게 힘들지만 또 어느날은 아 이 태동이 그리워지겠다 하며 애낳고 환각느끼는 건 아니려나 ㅋㅋ 하면서 ㅋㅋㅋ -참고로 축복이는 안에서 딸꾹질을 많이 하고 골반을 훑는 태동을 많이 했는데 기쁨이는 와다다 탭댄스+큰동작+사방 스트레칭+포지션 체인지때마다 우당탕탕 이런 느낌의 태동임 임신 중에도 여러가지 미친 일들의 향연이 있었지만 얻은 건 나고 잃은 건 상대방이라는 생각뿐. 그마저도 일을 쉬..
기쁨 안녕 여름에 좋은 일이 생기면 마실까 하고 까바를 사놨는데 술을 마실 수 없는 좋은 일이 생겼다.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온 둘째 소식. 얼떨결이라는 말이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 딱히 실감이 안 났다. 첫째 때는 일도 안하고 집에 혼자 있다보니 입덧과 온갖 증상을 고스란히 느꼈다면 이번엔 매일 일하는 데 바빠 집에 오면 쓰러져 있기 일쑤. 사실 그것보다는 당직때문에 의국에 생긴 파동이나 그 후폭풍으로 타인의 환멸나는 이면들을 겪으면서 인류애가 아작난 게 한 몫했다. 그렇게 진찰을 받던 중에 임신이 아니고 고사난자(blighted ovum)라는 얘길 듣고 이것 역시 실감이 안나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딱히 엄청 기쁜 느낌은 아니었는데 주변에 알린 곳은 왜 그렇게 많고 또 찾아본 건 많은지. 여담으..
맘과는 다르게 날씨가 너무 좋다.
아침엔 없는 엄마 우리집 아기에게 나는 ‘아침엔 없는 존재’라서 일어나서 내가 없어도 나를 찾지도, 보채지도 않는다. 아침에 내가 있는 날엔 그저 약간 놀랍고, 반가워 할 뿐. 그래도 저녁엔 대부분 집에 오기 때문에 자기 전(보통 8시)까지 집에 안 오면 기다리고 잠을 안 자다가 페이스타임이라도 해야 훌쩍이면서 잠에 든다. 늦잠에서 깨는 동안 어머니랑 당연하게 잘 놀고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면서 갑자기 느껴진, ‘아침에는 없는 엄마’. 내가 맨날 외박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당직날엔 하루종일 얼굴 한번 못보고 지나가는 날도 있는데 아이는 어떤 마음일지.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어쩔 수 없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
그 아이 어제 간사님 어머니 부고 소식을 듣고 퇴근 후에 잠깐 갔다가 뵌지 오래되어 못 나눈 이야기들을 하고 간사님이 축복이가 보고싶대서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장례식장에 다시 왔다. 아마도 아버님 장례식때는 걷지도 못하고 너무 어려 기억이 잘 안날거고, 오늘은 영정 앞에서 축복아, 이 할머니가 하나님만나러 가셨대, 우리 이 앞에서 기도하는거야. 하나님,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하나님 만나 평안하게 해주세요 가족들을 위로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니까 희한하게 알아듣고 자기도 앉아서 두손모아 기도한다. 그리고 밥먹으면서 놀다가도 손을 잡아 끌면서 기도하라고 앉히는 일을 몇번을 했다. 이 아이의 영혼을 주님 기억하시고 간직하게 해주세요.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
430일 ​ 너의 시간은 아직 아주 천천히 가겠지만 말이야 두번째 만난 가을이 너무 신나겠지만 말이야 나의 가을은, 나의 시간은, 내가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은 너무 금방이란 말이야 🍂🍁 요즘 축복이 말 다 알아들음 - 기저귀 쓰레기통에 버리기, 양말 빨래통에 갖다넣기 가능 우유먹고싶을땐 분유통 빼옴 방구껴서 내가 입으로 뿡 따라하면 엄청 좋아함 기저귀갈때 발 하나씩 넣기 가능 윗옷입히면 알아서 손뺀다 예전엔 나가고 싶으면 신발들고 왔는데 이제 겉옷가지고 옴(추운거 인정) 사랑해요 가능 안아주세요 가능 (내킬때만) 자기가 원하는 걸 우리가 알아채면 으갹 소리내면서 좋아함 로션 챱챱 바르기 좋아함 간 안한 반찬+어른밥(나보다 더 먹는듯) / 하루 1회 낮잠(아무때나) / 밤잠은 8-7:30정도 잘 때 방에 넣어놓으면..
320일 최근에 떠먹여주는 죽 이유식을 절대 안먹으려하고 스스로 퍼서(?) 먹으려고 해서 다시 핑거푸드를 해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니고 어머니가 ㅎㅎ) 외식을 나가도 면류만 쥐어주면 어른들이 식사하는 동안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될만큼 조용히 열심히 먹는 아인데 이제 집에서도 김에 싸준 밥 혹은 자기가 집어서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면 먹지 않으려고 해서 자연스럽게 다시 아이주도이유식으로 넘어왔다. 오늘도 어머니가 해주신 잡채를 열심히 먹는 아가를 보면서 고맙다고 했다. 혼자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줘서. 안 아프고 건강해서. 아이가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이전에는 알지 못했으나 돌쟁이 아가 데리고 있어 본 사람은 알지어다 ㅋㅋ 우리가 예민하지 않고 심신이 피..
300일 축복이는 대근육발달이 빨라서 6개월에 앉고 7개월에 잡고 서고 8개월에 한발짝씩 떼더니 9개월엔 수월하게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걷다가 넘어지면 잡고 다시 설 수 있는 물체가 있는 곳까지 기어갔는데 2-3주만에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법을 터득했다.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어떤 근육을 어떻게 써야 누워있다가 뒤집을 수 있는지, 또 되집을 수 있는지, 넘어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시기마다 나도 축복이 옆에서 동작을 해보곤 했다. 하지만 내가 어느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안다고 해도 축복이에게 여길 써야해 라고 알려줄 수 없다. 결국 스스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매일 자고 일어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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