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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과 기쁨

기쁨 안녕

여름에 좋은 일이 생기면 마실까 하고 까바를 사놨는데 술을 마실 수 없는 좋은 일이 생겼다.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온 둘째 소식.
얼떨결이라는 말이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 딱히 실감이 안 났다.

첫째 때는 일도 안하고 집에 혼자 있다보니 입덧과 온갖 증상을 고스란히 느꼈다면 이번엔 매일 일하는 데 바빠 집에 오면 쓰러져 있기 일쑤.
사실 그것보다는 당직때문에 의국에 생긴 파동이나 그 후폭풍으로 타인의 환멸나는 이면들을 겪으면서 인류애가 아작난 게 한 몫했다.

그렇게 진찰을 받던 중에 임신이 아니고 고사난자(blighted ovum)라는 얘길 듣고 이것 역시 실감이 안나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딱히 엄청 기쁜 느낌은 아니었는데 주변에 알린 곳은 왜 그렇게 많고 또 찾아본 건 많은지.
여담으로 임신된 걸 알자마자 나는 이번엔 어디로 여행가나 그 생각뿐이고 남편은 어떻게 출산전에 싱글을 치나 고민 ㅋㅋㅋ
만삭사진을 찾아보고, 여행을 알아보고,
이게 내 기쁨과 기대감의 표현이었단걸 그제서야 알았다.

동생이 엄마 뱃속에 왔다가 다음에 온대 라고 설명해 줬더니 그렇게 엉겨붙고 배에 올라타던 애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 기쁨이가 나중에 온대? 란다.

지금 아이가 건강하게 별일없이 잘 자라준 것에 감사
아이에게 더 잘해주라는 뜻으로
또 교만하지 말라는 뜻으로..
입원해있는 동안과 복귀한 후 여럿의 진심어린 위로가 있어 다행이라고 또 생각했다. 물론 바로 당직 복귀하게 한 일 또한 환멸2…

일부러 그렇게 지내지도 않았는데 씩씩하게 잘 있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오기도 하고, 체력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져서 내가 봐도 내 스스로가 안 쓰러울 정도로 안팎으로 몸이 상했다.

어쨌든 여전히 회복중.
위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지나가는 넷상의 말이지만
내 인생도 시즌제라고 생각하자는 말.

그러게.
힘내자 워킹맘 전공의 와이프 딸 며느리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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