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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몇시간 후면 새해가 되는군 남편은 막내 재우러 가서 같이 자는 거 같고 .. 올해는 매 순간 산너머 산을 고비고비 넘는 것 같았다. 수련, 출산, 남편이직, 유치원 이슈, 페어, 마통, 시터문제, 그리고 아직 남은 전문의 시험까지 한 번에 하나씩만 우아하고 여유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공룡능선처럼 말도 안되는 고비가 있었나 하면 또 예상보다 수월하게 넘어온 고비들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누릴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의 충만함을 알았고 내가 진심으로 대하는 일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확인받는 순간들이 꽤 자주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출산 전후로 잠못들게 하던 힘든 일들은 아이들의 존재를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둘째를 낳고 기르면서 비로소..
2022/12/31 오랜만에 글을 써 본다. 지금 이미 새해가 되버렸는데 일단 잠이 오고 내일 아침에 떡국끓여야하니까 송구영신 글은 자고 일어나서 쓰는걸로. ————— 23.1.4에 쓰는 송구영신 살면서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심지어 상대방은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름 노력했던 관계에서 등돌림을 겪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그들을 돌아보고 나에게 남아있는 진짜 위로자들이 걸러지는 경험 어떤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마음정리를 하게 해준 한 해였다. 어릴 적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도 성숙하지는 않지만 ..
2021/12/31 올해는 유난히 연말같지가 않았던 게 진짜 After Christ 가 아닌 after Covid19 3년차 이런 느낌이라… 연말이고 뭐고 새해도 딱히 큰 기대와 새시작의 희망이 없다. 아직 겨울의 한복판이라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여도 그래도 치프가 되긴 될거고. 당직은 길지만 그래도 3년이 후딱 가버린 것 같은 (아님) 이 느낌적인 느낌. 뒤돌아보면 여러가지 잃은 게 많아보이지만 또 얻은 것, 깨달은 것도 많았던 해였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려고 노력하고 애기랑도 여행많이 다니고 논문도 어셉되고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다. 여전히 모르는 건 많고 이제 그걸 알고 싶은 탐구력, 체력이 딸리지만 ㅋㅋㅋㅋ 연말에 찾아온 좋은 소식이 진짜 좋은 소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022..
2020/12/31 1월 1.2.3 연당서고 4일 오전까지 풀로 채워서 이머전시 끝내고 퇴근하니 새해라는 기분은 원래도 없었지만 딱히 더 실감나지도 않는다. 원체 3월이 시작인 삶을 십몇년간 살아서 그럴지도.. 그래도 없는 떡 찾고 소고기 사다가 떡국도 끓여먹긴 했네. 2020년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전무후무한 해였을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워버리고 싶은 해, 최악의 해, 였을테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못된 심보지만 나는 못 노는데 남들도 못 노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ㅋㅋ 수련과정 상으로는 제일 힘든 시기를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해에 지나보내고 의사 인생 한번 해볼까말까한 장기파업과 그에 따른 실망감도 있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고 어려운 환자들과 커지는 부담감과 점점 자아..
2019/12/31 정말 신기하게도 1월 1일에 신년맞이 글을 써보려고 메모장을 열어 한 줄 남긴 것이 실현이 되었다. 최근 몇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새해의 시작은 3월이었기 때문에 1월 1일에 대한 큰 의미는 없지만.. 당직폰을 들고 있는 한 해의 마지막날이라니. 뭔가 의미있어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고 궁상떨기 좋은 상황인듯. ㅋㅋㅋ 아이를 낳은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급격한 감정변화와 또 얼떨결에 시작한 수련생활이 하나 하기에도 쉽지 않고 병행하기에는 멘탈의 용량이 딸려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어려웠던 최근이었다. 다행히 두 어머니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남편 덕분에 어찌어찌 버텨가고 있다. 내가 나의 시간을 갖는 것, 꼭 필요한 사회생활이 아닌 친목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자꾸 들어 상..
2018/12/31 2019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들으며 2018년 소회를 적어본다.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 많았다.임신과정 뿐만 아니라 입덧을 피해 시작한 일이 그랬고남편과 아주 장기간 여행(태교를 빙자한 역마살달래기)를 하였고 - 스페셜땡스투 시애틀언니, 뉴저지이모, 캐나다아줌마더운 여름이 다 지나고 아이를 낳았고 -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원장님 감사 또 감사합니다연어마냥 아이를 데리고 회귀하였고내가 낳은 이 작은 세계로 인해 난 백일당직에 버금가는(혹은 더할지도 모르는) 체력과 멘탈소모를 겪었고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이 아이의 눈짓 손짓 하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았으며그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정(이젠 커플에서 가정이 된)을 중보하며 축복하며 도와주시는,내가 이전에 신경쓰지 못했던 감사함을 수많은 분들을 통해 느꼈다..
2017/12/31 사람은 망각과 미화의 동물이다. 그래서 기록해 놓아야 한다. 올해는 오랜만에 nrs 9-10정도의 힘든 해였다. 어쩐지 몇 년간 내 뜻대로 잘 흘러간다 라고 생각하던 때에 모든 것에 제동이 걸렸다. 답답하고 힘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과 그에 대한 마음을 숨기는 것이 일이었고 그걸 결국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버리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드러내지 않으면 내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상실감이 너무 커서 내가 처음보는 나와 친하게 지내지 못해 지리한,시간들이었다. (실제로 올 중반에 내가 제일 자주한 말은 “나도 내가 이럴줄 몰랐어”였다) 회색분자마냥 좋은 일에도 덤덤하고 힘든 일에도 지리하지만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을 먹는 것은 오래전부터 나의 방어기제였고 다들 위로의 말로 ..
2015.12.31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두려움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오늘 독서실에 갔더니 방학이 시작됐는지 아침부터 고등학생들이 많이 와 있었다. 무언가 빼곡히 적은 스터디플래너를 옆에 두고 정석을 보고 있는 아이들. 그러고 보면 나는 내가 스무살이 되면, 서른이 되면 하는 상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가능성을 두었기 때문인지, 그런 상상을 하기엔 현실의 문제들이 너무 컸기 때문인지, 혹은 그 나이가 되더라도 특별히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지레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강 결혼은 했겠지, 이런 생각뿐 구체적으로 그려본 나의 모습이 없었기에 딱 결혼식만 마쳐놓은, 그런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저때로 돌아가면... 이라는 후회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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