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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사람은 망각과 미화의 동물이다.
그래서 기록해 놓아야 한다.


올해는 오랜만에 nrs 9-10정도의 힘든 해였다.
어쩐지 몇 년간 내 뜻대로 잘 흘러간다 라고 생각하던 때에 모든 것에 제동이 걸렸다.

답답하고 힘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과 그에 대한 마음을 숨기는 것이 일이었고 그걸 결국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내버리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드러내지 않으면 내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상실감이 너무 커서
내가 처음보는 나와 친하게 지내지 못해 지리한,시간들이었다.
(실제로 올 중반에 내가 제일 자주한 말은 “나도 내가 이럴줄 몰랐어”였다)

회색분자마냥 좋은 일에도 덤덤하고
힘든 일에도 지리하지만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을 먹는 것은 오래전부터 나의 방어기제였고
다들 위로의 말로 전하는 전화위복, 위장된 축복 이런 말 나도 믿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일희일비하는 것도 싫었고
남편이 본인 탓 하라는 것도 싫었다.
누군가 진심으로 해준 위로도 속으론 열불이 날 만큼 예민해져 있었고 역시 나의 driving emotion은 anger라는 걸 리마인드..

그래서 올해를 보내며 다시 한번 느낀 점은
아무에게나 내 생각대로 조언/충고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더 지혜롭게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지.
내가 상처를 받아가면서 경험한 것이니 더욱더 신중하게. 차라리 아무말 말아야지.

12월의 좋은 일 하나로 이 모든 날들이 덮일까봐 사실 두렵다. 내 고통이 미화될까봐.
내가 힘들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그래서 나한테 미안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로 컸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나서 송구영신예배에 갔는데
입덧증상이 조금씩 올라와서 힘들기도 하고
예배 말씀이 귀에 안들어오는 와중에
하나님이 나에게 하신 것처럼 용서하고 잊어버리라는 말씀을 듣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처음보는 우는 젊은 자매한테 화장지 건네주신 옆자리 성도님 감사..
요즘 감정기복때문에 우는 일이 많아서 축복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어쨌든 세밑마다 항상 다음 해를 기대하게 하시는
윗길 하나님이 계셔서.
나도 변화하길 바라며, 더욱 사랑하길 바라며.
내년을 다른 의미로 기대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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