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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1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두려움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오늘 독서실에 갔더니 방학이 시작됐는지 아침부터 고등학생들이 많이 와 있었다. 무언가 빼곡히 적은 스터디플래너를 옆에 두고 정석을 보고 있는 아이들. 그러고 보면 나는 내가 스무살이 되면, 서른이 되면 하는 상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가능성을 두었기 때문인지, 그런 상상을 하기엔 현실의 문제들이 너무 컸기 때문인지, 혹은 그 나이가 되더라도 특별히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지레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강 결혼은 했겠지, 이런 생각뿐 구체적으로 그려본 나의 모습이 없었기에 딱 결혼식만 마쳐놓은, 그런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저때로 돌아가면... 이라는 후회섞인 푸념같은 걸 할 때가 있는데 나는 이것 역시 미래에 대한 구체적 상상이 없는 것처럼 그때는 그때만의 고민으로 가득찬 세상을 살아갔던 나이기에 전혀, 후회라던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라던가 그런게 없다. 지금 내 고민과 걱정이 열흘만 지나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해야할 일을 만들고 당장의 고민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고민이 없어진 것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고민과 생각이 늘어가고 거기에 책임감과 부담감도 함께 했지만, 그 생각들을 함께 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하겠지, 누구랑 하려나, 졸업전엔 했으면 좋겠네 했던 생각이 너무나 순조롭게, 원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약간의 두려움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참 많다. 결혼을 안해도 어른일 수는 있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어른인게 맞는거 같다. 나중에 결혼준비에 대해서도 한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살아가면서 중요한 결정은 모두 남편과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과 선택도 둘의 몫이다. 그래서 올해를 돌아보는 마음이 더욱 각별하다.
아직 나를 비롯한 많은 국시생들에겐 끝나지 않은 2015년이라 국시가 끝나야 어떤 마음으로든 마무리가 될 것 같지만..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삶이 기대되는 한 해였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우리 부부에게 선물같은 12월이었고
여러의미로 특별한 해였다. 매일 고민했지만 그의 뜻대로 그의 방법으로 이루어주셨던 2015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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