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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그대로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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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 넷플릭스 깔고 그레이 아나토미 정주행 늦잠자고 낮잠자기 집안 한정 방탕하게 살기 앨범 정리하기 집 정리 구상하기
1월 잡다한 얘기 1. 벌써 1월이 며칠 안 남았다니 시간 너무 빠르다. 하루에 신문 앞뒷장 꽉꽉 채워 수술하다보면 겨울도 금방(?) 끝이 나겠지. 끝이 나야지 암요암요 2. 결국 생색만 오진 채 국시는 치러지고 코로나 노예로 끌려갈 운명이 분명한 칭긔들이 인턴으로 곧 들어올 것이다. 이와중에 그분의 따님도 계시기에 아주 인상깊은 연차가 될 듯하다. 과연 잘해도 본전인 그의 인턴 생활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3. 친구가 내 생일에 둘째를 낳았다. 둘째가 없을 것처럼 많은 것을 물려주었기에 배넷저고리가 부족하다는 말에 집안을 뒤져서 옛날 옷가지들을 찾는데 딱 몇 벌, 내가 아까워서 어디 주지도 않은 옷 몇 벌이 안 보여서 며칠동안 성질이 났다. 살림을 나도 하고 엄마도 하고 시어머니도 하는데 아무도 손 댄 사람이 없고 사라져..
2020/12/31 1월 1.2.3 연당서고 4일 오전까지 풀로 채워서 이머전시 끝내고 퇴근하니 새해라는 기분은 원래도 없었지만 딱히 더 실감나지도 않는다. 원체 3월이 시작인 삶을 십몇년간 살아서 그럴지도.. 그래도 없는 떡 찾고 소고기 사다가 떡국도 끓여먹긴 했네. 2020년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전무후무한 해였을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워버리고 싶은 해, 최악의 해, 였을테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못된 심보지만 나는 못 노는데 남들도 못 노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ㅋㅋ 수련과정 상으로는 제일 힘든 시기를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해에 지나보내고 의사 인생 한번 해볼까말까한 장기파업과 그에 따른 실망감도 있었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고 어려운 환자들과 커지는 부담감과 점점 자아..
거미 - 김수영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2020 조성진 리사이틀 광주 공연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피켓팅이 끝나고 난 다음 되팔럼들이 중고나라에 두배 가격으로 티켓을 팔고 있을 때 였다. 7월 공연이 코로나때문에 한번 취소된 후로(못된 마음지민 어차피 당직이라 못가는 날이어서 약간 안도함) 맘 놓고 있다가 당한 것이다. 아무튼 그날부터 진짜로 눈물의 표 구하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암표 가격을 주고도 충분히 좋을만한 공연인 걸 알지만 그놈들 배불려주기는 절대 싫어서 취켓팅이랑 간헐적으로 풀리는 표를 공략했고 마침 휴가 중이라서 맨날 애 재우다가 12시를 놓치고 결국 새벽 2시엔가 자다 깨서 열어본 앱에 기적처럼 나타난 s석 1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다. 사실 공연 혼자 보러가는게 익숙치 않기도 하고 해서 한자리가 더 나올 때까지 계속 트라이했는데 역시 취켓팅까지가 마지노..
11월 시월인가 했는데 어느새 12월이 다음주다. 파업 뒤끝에 밀려오는 일들과 그것보다 더 바쁘게 자라는 아이와 그냥 모든 것들에서 오는 스트레스 덕분에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온라인 글쓰기 수업도 들어보고 서울가서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생애 처음 유교전도 가봤는데 나는 배울 게 아직 너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남편의 진로고민, 충격적이었던 전공의 평가 결과, 정신적으로 소진된 상태에서의 육아(feat. 나를 필요로 하기에 더 땡깡 고단수가 된 아이)는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일을 하는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너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야” 라고 하던 남편의 말을 떠올리며 출근을 하고. 당직이 점점 힘들어서 아 임신 트라이를 해볼까 생각하다가도 첫째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모르면 몰랐지 둘..
아닌 것 -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에린 핸슨 류시화 옮김 Not Yo..
Paganini Caprice 24 in A minor 늦은 시간 아뻬끝나고 당직실에 와서 티비를 켰는데 어느 필하모니의 2012년도 신년음악회가 편성표에 있길래 배경으로 틀어놨다. 딴짓하다 익숙한 파가니니에 화면을 다시 보니 권혁주다. 라이브로 들었던 카프리스가, 그 표정이 기억에 참 많이 남았는데.. 박수를 쳐도 될 지 몰라 너무 놀라운 연주에도 마음껏 박수를 쳐주지 못했던 그 날. 돌아갈 수 있다면 매너는 뒤로 하고 제일 큰 브라보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나저나 권혁주의 b-rossett이라니 ㅋㅋ 몇날며칠 파업하는 동안 동요 산중호걸에 찐짠 찌가찌가 찐짠 바이올린만 듣다가 복귀하고 듣는 음악치고는 연주자가 너무 고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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