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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공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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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후기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설정 과다라고 욕먹을 한 해가 지나갔다. 내 삶이 극화된다면 슬의생은 절대 아니고 그레이 아나토미와 82년생 김지영 그 어느 사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저 몇가지 안되는 단순한 감정으로 살아가는 내 인생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스펙타클할 수 있을지 주님만이 아실 일이다. (난 몰랐어 내 마음이 이리 다채로울지) 그러나 감사한 점은 아프고 힘든 것이 다른 가족이 아닌 내가 주체여서 다행이고 그로 인해 나에게 깨닫게 하시고 성숙하게 하시고 또 도우는 이들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시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한 것과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솔직히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살지 딱히 바라는 게 없어서 앞으로 일 년간은 기도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새해 바람이..
바닥 더 실망할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있었다. 컨디션 안좋고 머리속이 복잡해서 9시부터 누워서 잤더니 새벽에 깨서 또 리플레이… 벤틸할 곳은 여기뿐이고. 어제 마음먹은대로 잘 버티면 된다. 언젠가 나중에 그들도 나를 떠올리며 후회하는 날이 오겠지.
세번째 겨울준비 꿈같았는지는 아직 모를 가을휴가가 끝났다. 축복이는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생리와 장거리 운전에 예민해진 나는 좀 더 즐기지 못한 것같아 아쉽기만 하다. 다음번엔 눈 딱감고 베이비프리(aka 자유부인)한 상태로 호캉스도 하고 스파도 가고 그래야지 그래야지! 하면서도 막상 휴가 준비를 하게 되면 맘처럼 그게 잘 안된다. 어떻게 그래? 라는 것이 사회적 통념인지 맡길 이에게 미안해서인지 혹은 아직도 잘 모르겠는 나의 모성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가을휴가 끝에 이런 글을 쓰다 말았네. 공교롭게도 이번주말이 지나면 나는 치프가 되고 이미 겨울=농한기는 시작되어버렸다. 비록 가을휴가 끝나고 오자마자 (내가 없던 일주일간의 사건들을 듣는 5분만에) 다시 파이터 모드로 원상복귀 되었고 그 ..
2021 여름 늦은밤 퇴근길 마스크를 벗고 마시는 여름 - 비온 뒤 비릿한 풀냄새, 미세한 바람, 흙내음. 우르르 떨어지는 빗소리. 기쁨이. 고사난자. 병가. 복귀. 구명상. 모자뜨기. 미국에서 온 반가운 얼굴들. 휴가는 제주도. 이번에도 축복이랑 하루 먼저 출발. 해수욕장을 알게 된 어린이. 따봉선생. 할머니 balloon plasty. 불도 못 끄고 베개로 눈 가리고 자던 내 스스로가 안쓰러워 울었던 날. 친정 수영장. 그나물 그밥. NICU full bed 달성. 필라테스. 겨울왕국. 쿠키공장. 생일주간. 급만남의 행복. 2021년 여름 무얼 했냐고 물어본다면, 애를 잃고 사람 살리고 열심히 살았다고.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하기 2차는 아직 못 맞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https://apps.apple.com/kr/app/%EC%A7%88%EB%B3%91%EA%B4%80%EB%A6%AC%EC%B2%AD-coov-%EC%BD%94%EB%A1%9C%EB%82%9819-%EC%A0%84%EC%9E%90%EC%98%88%EB%B0%A9%EC%A0%91%EC%A2%85%EC%A6%9D%EB%AA%85%EC%84%9C/id1561923765 ‎질병관리청 COOV(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질병관리청과 (주)블록체인랩스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 블록체인 기반의 코로나19 디지털 예방 접종 인증 앱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증명서의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하고, 증명 apps.apple.com 질병관리청 앱을 다운받고 핸드폰으..
코로나 백신 맞고 죽다 살아나서 쓰는 후기 : 아스트라제네카, AZ백신 백신의 순서가 나에게까지 돌아왔다. 듣기로는 화이자는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들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다고 했다. (화이자가 AZ보다 4배가량 비쌈) mRNA백신이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의 백신이라 사이드에 대한 걱정이나 효과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실제로 주변에 물어보니 대부분이 임신 준비중이라는 이유로 접종을 피했(?)다고 했다. 근데 맞고나니 정상적인 일반인은 다 맞아야 할 거 같음. 이유는 나중에.. 아무튼 주변에 백신 맞은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데도 없고 남편이 맞기로 했다고 해서 나도 그를 믿고 맞기로 했다. (울 남편 나한테는 FDA나 NEJM보다 신뢰도가 높다 짝짝짝) Safety and Efficacy of the BNT1..
2년차 후기 일한지는 이제 1년 9개월. 의국에선 3년차 실제론 2년차 중반. 겨울을 두 번 지냈다. 2년차 똥방(cs ns os ...)은 이미 어느정도 벗어났지만 (빠른입장과 빠른퇴장) 이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케줄러 역할이 넘어오면서 또다른 빌런들을 마주하고 있다. 오죽하면 겨울 지내면서 아랫년차가 자기도 힘들긴 한데 더 힘들어보여서 올라가기 무섭다고 할 지경 ㅋㅋ 작년에는 이 머리 그대로 연차만 올라서 더 안 좋은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게 걱정되고 무서운 일이었는데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아마 내년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올해 다짐한 점 한 가지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일하지 말고 레퍼런스를 정확히 가지고 일하자는 것. 손만 빠른 사람 말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 루틴대로 일만 하는 거 말고 정확하고..
2020 여름 1.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작년에 내가 들어오고 얼마 안 지나서 2년차쌤이 본인 여름휴가를 컨펌받았는데 겪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 예전에 학교에서 일할 때 ‘선생님들이 미치기전에 방학하고 엄마들이 죽기전에 개학한다’고 했는데 딱 그 격이다. 휴가때문에 퐁당퐁당 당직을 계속 서다보니 병원일만 아니라 집안일과 육아 전부가 그저 스트레스원일뿐. 오죽하면 혼자 있고 싶어서 기숙사에서 누워있다 왔을까. 2. 독박육아캠프인줄 알았던 휴가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돈을 쓰기만 하는건 정말 좋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3. 윗년차쌤들이 말로 인계해준 주의사항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게되었다. 정말로 그만둘 뻔 했고 그 우연한 찰나에 장기파업이 시작되었다. 4. 첫 번째 단체행동 후에 인턴동기들과 뉴스를 돌려보는데 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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