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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공의이야기

2년차 후기

일한지는 이제 1년 9개월.
의국에선 3년차 실제론 2년차 중반. 겨울을 두 번 지냈다.
2년차 똥방(cs ns os ...)은 이미 어느정도 벗어났지만 (빠른입장과 빠른퇴장)
이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케줄러 역할이 넘어오면서
또다른 빌런들을 마주하고 있다.
오죽하면 겨울 지내면서 아랫년차가 자기도 힘들긴 한데 더 힘들어보여서 올라가기 무섭다고 할 지경 ㅋㅋ

작년에는 이 머리 그대로 연차만 올라서 더 안 좋은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게 걱정되고 무서운 일이었는데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아마 내년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올해 다짐한 점 한 가지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일하지 말고 레퍼런스를 정확히 가지고 일하자는 것. 손만 빠른 사람 말고 아는 것도 많은 사람. 루틴대로 일만 하는 거 말고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일하는 사람.

매너리즘. 그러고 보면 여러 곳에서 일해봤지만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래 일한 건 처음이다. 아직도 남은 날이 더 많은 게 함정... 시간이 갈 수록 느는건 성대모사뿐 ㅋㅋㅋ
처음엔 생각지도 않았던 마이너과에 왔고 열심히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멋모르고 살았고
작년엔 뭐랄까.. 해보니까 여기보다 괜찮은(?) 곳에 갈 수 있었을텐데 자존감이 떨어져 그러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며 후회아닌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랬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QOL을 얻었겠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줄어들긴 했다. 그 순간의 내가 그 순간에 주신 어떤 뜻을 따라 결정한 책임은 나의 몫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으니까.
많이 힘들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벌써 미화되려고 함. 떼끼.

코로나 덕분에 나름은 수월한(?) 똥년차를 보냈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심정적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순간들은 수없이 많고 육아도 쉬워질 나날들은 보이지 않는다.
의사 안하고 다른 거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남산타워 같지만...딱히 또 이거말고는 기술이 없구요 흠

아무튼 또 잘 버텨보는 걸로.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야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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