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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공의이야기

코로나 백신 맞고 죽다 살아나서 쓰는 후기 : 아스트라제네카, AZ백신

백신의 순서가 나에게까지 돌아왔다.
듣기로는 화이자는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들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다고 했다. (화이자가 AZ보다 4배가량 비쌈)

mRNA백신이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의 백신이라 사이드에 대한 걱정이나 효과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고 실제로 주변에 물어보니 대부분이 임신 준비중이라는 이유로 접종을 피했(?)다고 했다. 근데 맞고나니 정상적인 일반인은 다 맞아야 할 거 같음. 이유는 나중에..

아무튼 주변에 백신 맞은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데도 없고 남편이 맞기로 했다고 해서 나도 그를 믿고 맞기로 했다. (울 남편 나한테는 FDA나 NEJM보다 신뢰도가 높다 짝짝짝)

Safety and Efficacy of the BNT162b2 mRNA Covid-19 Vaccine
List of authors.
Fernando P. Polack, M.D., Stephen J. Thomas, M.D., Nicholas Kitchin, M.D., Judith Absalon, M.D., et al., for the C4591001 Clinical Trial Group*
December 31, 2020
N Engl J Med 2020; 383:2603-2615

주로 백신 맞은 다음날 사이드가 심하게 나타난다고 해서
일단 나는 당직 다음날 오전 퇴근이라 당직날에 접종하기로 했다.
간단히 예진표 작성하고 BP재고 예진하고 설명듣고 접종은 금방 마쳤다. 부작용은 보통 8시간 후부터 나타나고 고열(타이레놀 먹고도 38.5도 이상)이나 두드러기, 입술 붓거나 숨차는(기도부종) 증상 있으면 응급실에 가야한다는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접종 후 15분간 상태 확인하고 혈압 마지막으로 재고 퇴실.

맞고 나서 약간 울렁거리는 증상이 있긴 했는데 심하진 않았고 진짜 8시간 지날 쯤 (나는 저녁식사 쯤이었음)부터 멍해지기 시작하더니 으슬으슬 오한기가 들어서
얼른 저녁먹고 타이레놀 이알 두 알 먹고 이머전시 들어와서 일하고. 점점 몸이 춥고 이상해서 열 재보니 37.5도였다.
이정도는 미열이고 타이레놀도 먹었고 하니까 버티고 있었는데 점점 엉덩이부터 허리 등으로 올라오는 근육통 (침대에 누워있는데 계속 두들겨 맞는 거 같음, 안마의자 강강 느낌)과 함께 배가 아프기 시작하는데... (마른세수)

나는 원래 배가 아프면 아랫배가 사르르 하면서 골반이 주저앉는 것 같은 느낌이 오는데 딱 그런 느낌이 들면서 또 화장실에 가면 정작 일은 못 보는, 기분나쁜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침대에서 뒤척이지도 못할 정도로 온몸이 무겁고 아프고 근데 또 심계항진이 심해서 잠은 안오고.

아침에 이머전시 하나 또 하기로 해서 그것땜에 신경쓰이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계속 선잠자고 뒤척이다가 한숨도 못잔 상태에서 아침 수술 하려고 나오니
타이레놀 약빨은 떨어지고 잠은 못 자고
완전 탈수 상태가 된 나의 체온은 38.2도. 헤헷.
진짜 코로나 걸리면 이렇게 아플까 싶을 정도로 너어무 아팠다.

* 접종 다음날
그래도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이불과 한 몸이 되어 자고 나니 조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열이 났다가 타이레놀 먹으면 땀이 후루룩 나면서 그것때문에 갑자기 더 추워지는 사태 발생. 이 글을 쓰는 지금(접종 3일째)도 사실 추운 감각은 가시질 않는다.
그러고 나서 이제 다 괜찮아 진 줄 알았는데 (무슨 이별노래인줄) 타이레놀 약빨이 떨어진 저녁시간이 되자 갑자기 또 열이 후루룩 오르면서 ...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니 무릎이랑 고관절은 왜 아파? 왜 때문에??
애기 씨섹으로 낳고 처음 바닥에 발 디뎠을 때처럼 발바닥부터 허리까지 찌리리한 느낌과 함께 온몸이 쏟아져 내리는 기분 ㅋㅋㅋㅋ
아니... 24시간만 간다면서요.. 이러시면 안되져....
하... 타이레놀 다시 먹고 또 땀으로 샤워하고 (찝찝해 죽겠는데 아직 접종부위 아파서 샤워도 못한게 최악..) 밤에 조금 뒤척이다가 출근해보니 어제 맞고 한숨도 못 잔 사람 속출 ㅋㅋㅋㅋ

* 이렇게 아픈데도 왜 맞아야 하는가
코로나 관련해서 여러가지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첫 이차감염 환자에 대한 기사를 보고 느꼈던 감정이다. 식사만 했는데도 감염됐다는 말이 지금 생각해보면 독감도 그럴 수 있는데 그정도로 감염력이 높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04160

[단독] '우한폐렴' 국내 첫 2차 감염자는 3번 환자와 함께 강남 한일관서 식사한 지인

국내 첫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차 감염자로 판명된 6번째 확진자(6번 환자)는 중국 우한시에 살다 일시 귀국한 3번 환자와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유명 식당 한일관에서 함

n.news.naver.com


사실 이렇게 아프고 나니 2차는 또 어떻게 맞아야 하나 매우 걱정이 되지만... 아무튼간에 무증상감염 예방과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다같이 맞아야 한다. 내가 맞고 아파서 다들 아프라고 맞으라는 게 절대로 아니다...... 증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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