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캠프가 끝나고 지난 몇일동안 내 대학생활 4년중 기간으로는 반을 차지 했고 실제론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 임역원 생활을 정리해보려고 했다. 사실 그것보단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더 많아서 자판 앞에 앉기까지만해도 시간이 꽤 걸린 것 같다.
아무튼 머릿속 책상에 어질러져 있는 거 다 치워놓고 지금은 이것만 생각해보려고 한다.
한창 날이 더웠고 형제 사랑방이 처음 모습을 갖춰가고 있을 때였다. 내가 부대표로 임명된걸 아신 아론순장님이랑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했던 말은 "언젠가는 우리에게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거라고는 예상못했던 일이에요."였다. 2학년 여름, 사실 임역원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 사역은 그 누구의 예상보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애초에 1년 반으로 정하고 시작한 사역이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나는 남들이 다 느낀다는 '거룩한 부담감'같은 건 없었다. 원래 걱정을 별로 안하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들 세우는 00명 하는 식의 어떤 목표의식이나 비전을 뚜렷하게 바라보고 나아간 것도 아니었다. 부대표로 한 학기를 지내면서도 나는 순장의 모습을 배워가는 사람 중의 한명이었고 캠퍼스에서 본보기가 되기엔 너무 어린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때쯤에 애영이를 전대채플에서 만났던 것같다. 애영이가 이때 총단이었는데 사실 기억이 좀 뒤죽박죽이다. 암튼 그래, 애영이를 만난 건 참 하나님의 뜻이다. 서로 잘 몰랐지만 같이 손잡고 채플을 위해 기도했던 시간들, 자꾸 만나게 하신 것, 지금 하나하나 잘 떠오르진 않는데 암튼 지금도 애영이는 너무 좋다. 나중에 내가 떠나려고 할때 함께 가주려 해줘서 고마웠고 또 나는 여기 남았지만 나를 애영이의 여정에 도움으로 써주셔서 감사하다.
새학기엔 항상 그렇듯이 다들 꿈을 꾼다. 사실 이 꿈은 금식수련회에서부터 심어져야 한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되었지만 암튼 우리는 어떤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고 그 열심이 어떤 난관에 부딪히자 3월 말부터 5월까지 회복할 수 없는 길을 '각자' 걸어가고 있었다. 그 학기가 지나고 새 가을학기에 맞으면서 임역원 리트릿중에 우리는 그때 왜 그렇게 바보처럼 징징댔지 하면서 웃었지만 암튼 그때는 우리에게 헤어짐이란 너무 크게만 느껴졌었다. 순종을 잘해서인지 말을 너무 곧이 곧대로 들어서 일어났던 그 사건은 암튼 목사님도 손드신 웃지못할 해프닝 중 하나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나름의 상처로 남은 경험이었다.
사실 그 때 하나님의 뜻을 구했어야 했다. 그 사건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만드셨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때 우리는 사람에 가려 하나님을 찾지 않았다. 하나님과의 관계보다 사람이 해야할 일들에 주목하고 있었고 또 사람과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게 아가페가 넘어야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사님도 항상 강조하시지만 우리끼리만 좋아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우리의 모인 이유는 달라야 하기때문에.
마지막 남은 1년은 너무 힘에 부쳤다. 결정적으로 올해초 더이상 내안에 끌어낼 힘조차 없고 너무 지쳐있는데도 순장들(순원도 아니고 순장들을) 나 혼자 동기부여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정말 진심을 담아서 나는 간사님들이 너무 밉다고(정말 미웠다), 아프리카 갈거라고. 정말 그 순간만큼은 내가 왜 혼자 외롭게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에 매일 같이 쉬게해달라구 그 기도만 했던 것 같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하나님께 힘을 구할 힘조차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돌이켜보면 나를 2년동안 광야를 가장한 기도의 비단길로 인도하셨다고 밖에 고백할 수 없다. 예닐곱번 채플 대표기도 자리에 섰던 것같고 겟세마네 기도회, 그루터기 기도회, 그외 숱한 기도의 자리를 통해, 그리고 기도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셨다. 내 기도의 지경을 넓히고 함께 기도할 사람들을 붙여주시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이있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흔히 말하는 '기도보다, 성령보다 앞서지 않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높은 기도의 은사를 바라게 하셨다. 내 앞에 한 사람으로 인해 흔들렸던 기도의 뿌리를 다시 심고 싶었는데 ... 그것또한 하나님이 하실 일이다.
여전히 아가페는 자라고 있다. 사역 2년동안 5분의 간사님이 거쳐가셨고 그중 두 분을 결혼시켰(?)으며 덕분에 아가도 두명이다. 09는 기다릴만큼 기다렸고 10은 흔들리며 자란다. 처음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기도밖에 없다. 신학기 사역은 금식수련회에 몇 명이 신입생들을 품고 기도하느냐에 달렸고 순장은 리더십캠프의 기도를 먹고 자라난다. 기도 열심히 더 열심히 해야지. 이번학기에는 아가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간사님 두분이 오셔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런거 다 무시하고 완전 기본기만 해주시는 것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또 감사하다.
함께 해온 동역자들이 감사하다. 누가 대표 부대표는 부부같은 거라고 했는데 정근순장님과 나는 서로 성장하는 걸 봐온 사이랄까 ㅋㅋ 서로가 완성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지 않았기에 더 재밌었던 것같다. 리나 서정이 종하쑨 건강이 지예 지수 세령이 전부 완전 고맙고 장기집권으로 인해 너무 3학년에게 기회를 안 준것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나는 앞으로 기도만 하고 정말 아무것도 터치 안할테니 잘 했으면 좋겠다ㅋㅋ
아가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그말에 동감했지만 그때는 또 웃어버렸다. 정근순장님이랑 나중에 리더십가서 구 임역원 일어서라고 하면 너무 아쉬워서 우느라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자고 했었는데 진짜 그 순간이 오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아마 부끄러워서 못 일어날 것같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졌다. 역시 생각이 많은 탓이야.
CCC하면서 3M을 만난다고 하는데 나는 주님(master)도 만났고 내 삶의 목적(Mission)도 알았고 수많은, 그리고 너무 좋은 동역자들(Mate)도 만났다. 이 이야기는 졸업하면서 하기로 하고...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편 126편 5-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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