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4년전이다.
그때도 사람들은 난 별로 관심없어하는 월드컵 때문에 들썩들썩였고 나는 바람보다 에어콘을, 햇빛보다 형광등을 쐬며 지냈었다. 햇빛 쬘 시간이 별로 없어 점심엔 담배냄새로 가득한 옥상에서 지하철이 상계역을 오가는 걸 구경하며 일광욕을 하고 저녁에는 오전에 배운걸 정리하고 풀면서 이따 심야로 영화 보러갈까 궁리하며 일지에 하루를 써나갔다.
그렇게 6월의 시험이 다가왔고 시험 본날 우리들끼리 내 비좁은 방에서 땀뻘뻘 흘리며 가채점하면서 앞날을 평가해봤었고 노량진에서 돈 한푼 없이 온 누구에게 엄청 짜증이 났었다. 시험결과는 사실 처참했다. 시험이란 걸 보게된 이후로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10점대 점수가 나왔었고 난 문과반으로 옮기게 되었다.
프랑스전하던 날이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친구들이 20명 가까이 모인 모임에서 나는 나를 거의 버리다시피 했고 그 다음날 응급실 신세 및 광주에서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시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쩌면 터닝포인트였고 어쩌면 늦은 사춘기의 정점이었다. 모든 것이 되게 엉망이었는데 사실 내 자신의 바닥을 보면서 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내 개인적으로는 좋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꼭 이런식으로 겪을 필요는 없었지만)언젠가 한번쯤 필요한 시간이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 그 풍경은 그립기도 하다. 지하철 지나가면 약간씩 흔들리던 건물, 가방던져놓고 심야보러가는 길, 장보러 가던 그 길목, 더운 공기, '괴물'을 보고 나서 꼭꼭 닫고 잤던 창문, 숨어있는 삼계탕집, 쏟아지던 비.
그로부터 4년 후의 여름은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까. 어떻게.
2010.06.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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