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갈무리는
2009년 12월 31일에 나에게 썼던 편지를 읽어야 이해가 된다.
정말 그랬다. 거짓말처럼 직감은 정확해서 나는 올해 시작부터 작년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덜 행복하고 나에게 어려운 일들을 겪게 하실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이게 그 일인가?' '이번 일이 그런 걸까?' 하면서 어려움의 정도를 가늠하고 있었다.
사역이 흐지부지되고 실연을 당하고 관계가 무너지고 엄마가 수술과 치료를 시작하고 아이팟을 잃어버리고 많은 일들이 갈피를 못 잡고 떠다닐 때에도 나는 하나님께 자랑했다.
하나님, 난 이정도로 무너지지 않아요.
난 욥처럼 이겨낼 거에요. 나 당신 딸이잖아요.
하지만 기도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여름수련회 들어서 폭발해버렸다.
이미 많은 것을 무너뜨리고 "그게 내가 너에게 준게 아니야"라고 끊임없이 "아니야"라던 하나님께서 내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셨다.
절대 내 앞가림에 급급해 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살아가는 내게
여름수련회는 남을, 우리 순을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여름수련회 전 겟세마네 기도회에서 나는 이런 기도를 했었다.
모세의 기도로 전쟁을 승리한 여호수아.
나의 여호수아는 누구인가.
이제 더이상 도망칠 때가 아니라고. 물러설 곳이 없다고.
내가 우리 가정의 모세, 순과 동역자의 모세, 친구들의 모세가 되어 기도해야 할 때라고.
여름수련회가 끝난 후 엄마랑 화해하고 방학내내 새벽기도를 다니고 과외도 그만두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면서 휴식을 얻고 ...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 때 쌓아둔 새벽기도의 힘으로 근근히 유지해나가며 살아갔다.
구세약국 아빠 외숙할아버지, 둘째 큰할아버지, 장영희 교수님, 4명의 용산참사 주민들, 화가 김점선, 수영선수 조오련, 배우 장진영,
배우 여운계, 산악가 고미영,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을 떠나고 살아있는 건 존엄사 김할머니인 아이러니한 시점에서 김준곤 목사님께서 하나님 품으로 안기셨다.
모든 것이 회복되고 있다고 믿었던 시점에서 김준곤 목사님의 소천은 또 한번의 가슴아픈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겨낼 수 있었다. 왜냐면 회복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기도는 놓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나를 잠식해가고 새로운(하지만 원래의) 비전에 용기가 없어 울기만하고 모세가 날 부르고 줴가 엽기적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차사고가 나고 아빠의 신앙이 하강세를 보이고 순원들은 붕뜨고 하는 시점에 기도는 하지 않고 혼자 이겨내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투싸우전나인, 내 23/22세를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픔 한가지.
내년이 기대되지 않았다. 얼른 따뜻한 곳으로 .. 떠나고픈 마음뿐.
내 가치관과 삶에 대한 생각과 믿음의 성격까지 바꾸고 있는 이 일이 이제 무너질 것은 나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주님이 마지막으로 준비해두신 선물이자 축복이자 히든카드였다.
겉으로만 씩씩하고 속으로는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꾸준히 찾고 있는 지금, 몇번을 더 크게 울면 될까, 몇밤을 자면 그렇게 될까 하며 주님 앞에 나왔다.
너무 가슴아팠던 2009, 기대되지 않는 2010.
그 안에서도 꾸준히 감사할 수 있어 감사하고
내 모든 것을 부수고 무너뜨리신 주님 덕분에 내년은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알아가는 시간이 되려고 한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고 따뜻함이 필요한 2010년.
마지막 날에 마지막 시간을 살아가면서 내일 주님이 오실 것처럼.
그렇게 .. 살고싶다.
2009년 12월 31일
으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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