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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과 기쁨

엄마

출산하고 2주는 조리원에 있기로 했고
그 후는 사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막연한 두려움, 기대감, 기타 별생각이 전혀 없이 지내고 있다가
최근에 주변에서 조리원에서 나와서는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몇번 받은 후에 그때에도 도움이 필요하구나, 우리 둘로는 안돼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요며칠 고민을 했다.

남편에게 엄마한테 와달라고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친정에 잠깐 내려가있는건 어떠냐고 하길래
그럼 나랑 애가 너무 먼 거리를 이동해야해서 힘들 것 같다고 했고 이제 엄마한테 물어보는 일만 남았다.

엄마한테 부탁하는 것을 주저한 것이 아니라
엄마도 엄마의 사정이 있을테고 당연히 허락과 여럿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조리원에서 나오면 9월 중순.
아직은 좀 더울 때니까.

그리고 어제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아이가 한 달 될 때까지 와서 밥만 해줄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당연히 가야지~ 하신다.
무려 10여년전부터 자신한테 절대 애 맡기지 말라고 해놓고 ㅋㅋㅋ

전화끊고 한참 볼일 보는데 엄마한테 다시 전화가 와서
그런건 그냥 하라고 해도 되는거라고,
엄마한테 부탁하지말고 왜 안해주지?하고 생각해야하는 거라고, 당연히 받아도 되는건 그렇게 부탁하지 말라고 엄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돈만 주라하지 말란다 없어서 못해준다고ㅋㅋㅋㅋㅋㅋ)

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도
갓난쟁이처럼 엄마한테 당연하게 바랄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그냥 엄마의 마음이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하철 출구 나오면서 오열할 뻔 했다.

나도 축복이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엄마가 될까.
한번씩 누워서 축복송을 불러주는데
“때로는 너의 앞에 어려움과 아픔있지만” 이라는 첫 소절을 부를 때마다
당연하게 겪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수월하게, 덜 힘들게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드는 걸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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