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그 날이 돌아왔다.
조그만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며 실습에 가던 그 날 아침이
벌써 십년 전이라니.
숫자에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니지만
입안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고통에 하루 한달 일년이 손에 꼽히던 때가 있었는데
지나간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우연히 단기선교 명단을 보기 전까진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이제는 뭐랄까,
그때 누군가 한 말처럼 어딘가에 잘 살고 있을거 같은 느낌과 함께.. 사실은 찬 바람이 불기전까지는 크게 신경쓸 겨를 없이 살고 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일하느라 정신없었고.
그나마 오늘에서야 갈무리되는 생각은
나에게 죽음을 알려준 사람이라는 것.
죽음 뒤에 남은 이들의 삶은 어떤 것이라는 것도..
(한 이삼년째에는 내가 그 가족들에게 무례했구나, 성숙한 대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어렸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바타 3D를 보던 날엔 이것도 못봤구나 하고 우스운 생각도 하고.)
지금와서 고마운 점은
일년 중 하루 정말 우울하거나 센치해지고 싶을 때
나만의 익스큐즈가 돼 주는 것이고
이 겨울의 입구에서 항상 내 위치를 돌아보는-
24살에 멈춘 그 앞에서 나는 얼만큼 멀어지고 내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지 저 만큼 재어보게 된다는 점이다.
오늘의 익스큐즈 끝.
이제 집에 가서 또 열심히 일년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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