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주말 오프여서
힘든 거 잊어버리고 감흥이 떨어진 채로 남기는 글이긴 하지만, 아무튼 2월 마지막날.
가을턴이라 1년차 기간이 짧아서 약간 억울한 감이 없잖아있다.
펑션도, 당직도 거의 멱살잡히듯 질질 끌어올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당장 월요일부터 똑같은 머리로 더 어렵고 문제있는 환자들을 봐야한다니 너무 무서운 일일세.
하루종일 아기랑 놀았더니
진짜 너무 피곤하다.
자고 나서 다시 써야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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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일과 사람에 적응이 될 즈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2년차가 되면, 3년차가 되면, 4년차가 되면,
저런 모습일까?
나도 저렇게 될까?(장단점 모두)
수련이라는 게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매일 비슷하게 마주치는 사람들과 지식적으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정서마저도 체득하게끔 되는 시간이라서.
나도 1-3년이 지나면 저런 모습이 될런지,
혹시나 나도 모르게 이상한 태도를 보이면
꼭 리마인드 시켜주라고 간호사들에게 당부도 해놨다.
그냥 흘러가는 삶이 싫어서 퇴직하신 과장님을 보면서
나도 도태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이 되길 바래본다.
면허따면 공부 안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 일은 많고 배울 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고
나도 더 많이 커야하고 아가는 훨씬 더 커야하고
나도 모르게 지나친 환자들 복기를 해보면 아는 게 더 무서운 일뿐인 것도 정말 많은데.
지금은 딱 이정도 그릇이라 이정도만 할 수 있으려니...
처음 의사가 되려고 했던 그 마음- 조금 더 많은 사람을 많은 범위에서 돕고 싶다-을 기억하며 공부도 조금 더 신경써보자며...
아니 2년차라니...
믿기지가 않는 맘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잠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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