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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너와 나의 연결고리

어느 당직날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아 예전 여행사진들 중 인스타에 올릴만한 것이 없나 쭉 찾아보다가 키웨스트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선셋 명당에서, 노을이 지고 있었고, 같이 갔던 친구가 찍어준 나의 모습.

처음 간 미국, 처음 간 로드트립에서 차를 반납하기 전 마지막 도착한 곳이라 그런지 웃는 표정 안에 여러 감정이 섞여있다. 지금 보면 그저 해맑은 것만 같은데 그때도 인생은 고민덩어리였다. 답이 없는 진로결정과 확신이 없는 연애, 언제나 발목을 잡는 재정상황, 등등등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인생 과업들 사이에서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ㅡ단기적으로는 여행안에서, 장기적으로는 지금 이순간까지ㅡ은 생각지도 못한 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나는 그 여행을 통해서 그 당시 그저 멀고 먼 선배였던 현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거기에는 키웨스트 이야기가 한 몫했으며, 키웨스트를 가려면 마이애미를 가야 하는 데 사실상 LA에서 출발한 로드트립이 마이애미에서 끝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마이애미처럼 따뜻한 곳에 가고 싶다는 누군가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결국 지금 내 옆의 남편을 만나게 된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덕분, 어떻게 보면 나에게 전해 준 선물이라는 데까지 미치자 이게 어떤 섭리나 간섭이 아니면 어찌 이렇게 이루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지금 나의 삶은 수많은 조각들의 경험과 감정과 말들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조각이 내 인생의 복선이 되고 결정이 될 지는 키웨스트에서의 나처럼 전혀 알 도리가 없고 지금도 역시나,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대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중의 내가 될 조각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쓰여질 조각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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