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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의전원이야기

Fibromyalgia : 4주차 RHD

 

Broken column (1944, Frida Kahlo)

 

이번주에 만난 환자는 원래 Behcet disease가 있는 분으로 

widespread pain, oral ulcer가 심해져서 입원한 후에 이번에 동반질환으로 Fibromyalgia를 진단받게 되었다.

 

라포형성이 상당히 잘되는 분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나에게 먼저

"물어보고 싶은거, 검사하고 싶은거 다 해보세요. 그리고 잘 배워서 나같이 아픈 사람들 꼭 잘 봐주세요"

라고 해주셨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에게 "선생님은 루푸스가 더 낫다고 생각하세요? 베쳇이 더 낫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으셨다.

두 질환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죽느냐 사느냐는 루푸스 신염과 같은 합병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서

만약에 제가 둘중에 병을 갖게 된다고 하면 루푸스가 더 힘들거 같아요.

라고 말을 했더니

 

본인은 그래도 베쳇이 더 무섭다고..

본인이 가진 병이어서가 아니라 아는 동생이 30대에 포도막염이 생기더니 너무 금방 실명해버리는 걸 보고

한동안 충격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했다고 하신다.

 

생각해보면 QOL의 측면에서 보면 베쳇이 더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genital ulcer도 그렇고, steroid 부작용때문에도 그렇고

점점 본인이 여성성을 잃고 여성이 아닌 그냥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기가 그말을 하면 친구들이 가끔 와서 운다고..

 

EMR보니까 스트레스 해소를 '기도드리는 것'으로 한다고 써있었다.

실제로 그러실지 어쩔지는 몰라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의 모습, 질환의 경과, 환자의 모습, pain control, 등등.

 

 

고칠 수 없는 만성질환을 진단내리고 F/U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여자가 아닌 것 같다는 삶을 살면서. 별이 보일 정도로 너무나 심한 신체적 고통을 가지고 있으면서.

참 환하게 웃고 오늘 회진돌고 헤어질 때까지 나를 보고 아는체 웃어주시던 환자가 대단해보였다.

 

한번도 나한테 올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질환들을 마주하면서

어떤 병이 더 힘들거 같냐는 질문에..

어느하나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통이 답임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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