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작하자 마자 빨간날이라 본격적인 일은 없고 콜만 받다가 당직없는 둘이 가까운 마트로 탈출!
얼마나 박혀있었다고 바깥 공기 & 바람이 새롭다.
아직까진 "우리 이렇게 나가도 되는거겠지?"를 연발하며 나가서는 마트에서 하는 문센 강좌나 들어볼까 전단지를 정독해보고 ㅋㅋ
암튼 콧바람쐬고 필요한 거 사고 돌아와서 짐 늘어놓자 마자 무슨 드라마 타이밍 마냥 코드에이 (cpcr) 방송이.
숙소에 있던 당직 둘 외출 둘 인턴 넷이 후다닥 뛰어 내려가는데 아침에 응급수술 열었다가 상태가 안 좋아서 닫아놓고 나왔다는 그 환자인가 싶다.
도착하니 간호사 둘이 돌아가면서 컴프레션하고 우리처럼 방송듣고 내과 응급의학과 쌤들이 뒤따라.
그리고 그 환자.
우리에겐 첫 cpr이자 첫 expire가 된 그 환자는 이미 보호자가 오기만을, 이 많은 것들을 떠나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보호자가 오고,
cpr을 멈추고,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많이 적응이 된 줄 알았던 죽음이 또 한번 낯섬을 느낀다.
내 가족이 시술을 하고 검사를 하고 수술을 해도 괜찮을 거라고 잘될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것 또한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여전히 몇차례 지내면 지낼수록 방어만 늘어갈 뿐 상상이 잘 되지않는다. 아직까진 없었으면 하는 일일뿐.
더 어색한 것은 그리고 나서 나의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것, 일하면서 노래 한 곡 듣는데 전혀 그 환자 생각없이 지나가는 나였다. 산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게 적응인가 싶고, 적응과 미적응 가운데 그 중간 어디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이럴 땐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첫 날부터 갈 길이 멀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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