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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턴이야기

아스코르브산 10개 주세여

Dizziness를 주호소로 내원한 20대초반 여환으로 vasovagal syncope같은 증상이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순간 광주 사투리가 나오길래 주소를 보니 광주사람. 알아들은 내가 웃기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편인데 문진을 해보니 지금 당장 응급실에서 해줄만한 치료가 없어보여서 "지금은 수액맞고 쉬다 가는 거 정도밖에 안돼요." 했더니 같이 온 남자(남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보호자 역할을 하고 싶어함) 왈

"저기 수액에 아스코르브산? 비타민 c 그거 섞어서 주세여."

란다.
계속 핸드폰 보면서 오더를 읽는 남친 코스프레남.

"누가 그렇게 말하랬어요?"
"저희 . 형수님이요."
"ㅎ 본인이 의사도 아니고..."

"제가 요즘 기운이 없고 좀 그래서요." 라고 환자가 말한다.
"그럼 영양제 맞으실래요?"
"영양제맞으라고 하면 절대 맞지 말고 수액에 아스코르브산 10개 해서 달라하라는데요?"



"그분이 환자를 직접 본것도 아니고 그렇게 맞아도 지금 증상에 효과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리고 여기는 동네 의원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처방 안내거든요"

깨갱.

이런건 진상 축에도 못끼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사람들하고 씨름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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