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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턴이야기

여환의 프로포즈

주말 오후였던가.
갑자기 환자들이 몰려와서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하필 자잘한 트라우마환자들에 경증 중증이 다 섞여서 구조사들도 간호사들도 나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중이었는데 나말고 짝턴 고테츠가 문진했던 젊은 여자 환자가 말을 걸었다.

"약타시려구요?"
"아니요.. 저... 혹시 저 선생님 결혼 하셨어요?"

저 선생님은 지금 처치실에서 또 다른 laceration환자에게 문진을 하고 있는 중인 고테츠였다.

이 바쁜 와중에 나를 붙잡고 용기내어 물어보는 여환의 설렘에 터져나올려는 웃음을 붙잡고
"아니요. 왜요?" 했는데
"아... 너무 잘생기셔서요.." 라는 답에 간신히 잡고 있던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네....ㅎㅎㅎㅎㅎㅎ" 하고 가려는데
"아 그럼 혹시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라길래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네 있어요 있어요" 하니
숨길수 없는 실망이 떠오른다.

동기들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고테츠가 목소리도 좋고 젠틀하고 얼굴도 나쁘진 않으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에 다들 빵터졌고 "고테츠처럼 마스크를 필히 쓰자"는 교훈을 얻었다며 좋아했다 ㅋㅋㅋ

지금 과장님 중엔 응급실 환자 대 의사로 만나 f/u 계속 하자해서 결혼하신 분도 있는데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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