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6 인턴이야기

어제의 대화


​#1

​내일 교수님이 갑자기 오래서 학회 가야돼.
헐........
​미안해..
나랑 여행가기로 했다고 거짓말이라도 하지. 힝. (류의 이미 이룰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징징징 반복)
​미안해.....
(시무룩해 있는 오빠를 보자니 또 기죽어하는건 싫어서 말돌리기)



​#2

나 월급 @@@원 들어왔다?
대박.
​그래도 도망가고싶어 막

(중략)

​그래도 그정도 받으면 일할만 하겠다.
​하나도 안 기뻐. 이 돈을 쓸 시간이 있어야지 ...
​번거 다 써도 돼
곧 연봉 ₩₩₩원 될테니까 원하는대로 질러
백? 사고싶음 사~
​(문제는 내가 백같은 걸로 안정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순간 간절히 원하는 것은 바로 하루종일 푹 놓고 자는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눈물이 나와버렸다.)
​조금만 버티자 잘할수 있어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제일 바라는거는 잘수있는 시간인데 그건 돈으로 못사잖아 ㅜㅜ 이제 진짜 인턴이야 ㅠㅠ
​그래서 우리가 내년에 쉬잖아. 그때를 위해서 모으잖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정말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못하는 걸 우리를 위해서 하기로 결정한거잖어.. 너무 힘들어해서 걱정이 많이 돼.. 그래도 같이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예전부터 말했지만
기약없는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당장을 참아나가는 건 나한테 매우 기다리기 힘든 일이고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본능적으로 매일매일 좋은 것 하나씩을 찾아나가려고 하는 것같다.​
사실 지금도 버티기 너무 힘들고 바이탈과 진짜 못하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그득하지만 하루하루 그 어떤 것, 예를 들면 환자들이 나를 보면 웃어주는 것, 따뜻한 샤워에 감동하는 것, 출근하기 싫어 징징대는 나에게 날아온 오빠의 하트 백만개와 같은 그런 걸로 오늘을 겨우 넘겨가고 있다.

내년 3월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좋은 의사는 포기했고 제발 멘탈이나 붙잡고 있길.
​​

반응형

'16 인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년차와 인턴  (1) 2016.10.07
가시돋힌 사람들  (0) 2016.10.03
차트를 잡다  (0) 2016.09.22
창원을 떠나며  (0) 2016.09.17
7월의 순간  (0) 201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