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읽고 모든 내용이 외워져 술술 쓸 수 있는 스캐너캐너열매 (-.-)를 먹지 않은 이상
당장 시험이 몇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회독도 못한 상태라면 누구나 컨닝의 유혹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정말 이런 상황에 있을 때에만 컨닝의 유혹을 받아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단순히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컨닝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어떤 이는 이럴때 컨닝도 능력이라고 말하지만 역시 그건 사기도 능력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시험을 보고 나왔는데 과반수 이상이 컨닝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면?
내 양심에 따라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내 자신이 바보 취급을 받는다면?
'그냥 원래 다 그렇게 하는거'라는 의식이 팽배한 내 동기들을 본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밤을 새가며 공부했는가에 대한 허탈감과 함께,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고민이 함께 몰려오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의대라는 곳은 시간집약적으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감정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그리고 부정행위는 한번 맛본 사람들에게는 마약과 같이, 혹은 꼬리표처럼 마음에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극한 상황에서도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요구받는 직업이다.
생명을 다룬다는 것은 어쩌면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모르지만 씻지 않은 손으로 suture를 한다면?
실수로 처방한 약으로 인해 환자가 위급해졌다면?
그럴 때 '그냥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거'라는 의료진들을 본다면?
이번에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 학년이 전재시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개천절에. 추석 연휴 끝에 붙어있던 그 개천절말이다.)
우리 학교 역사상 유례없는 이유로 유례없는 전재시.
서로에 대한 신뢰감도, 우리 학년에 대한 기대와 이미지도 많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가 왜 이곳에 오려고 그렇게 열망했는 가를 다시한번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의사로 살아가는 동안 맞이하게 될 수많은 시험과 그때마다 다가올 유혹을 첫 다짐했던 마음으로, 그에 기반한 정직함으로 이겨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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