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배터리가 나갔다.
2005년 여름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샀으니 햇수론 4년째 1초의 쉼도 없이 째깍째깍 내 시간을 지켜주던 시계가 멈췄다.
대견했다. 그리고 시계가 멈춘 그 때를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멈춰진 시간은 아침 9시 25분 쯤이었고 내가 그걸 발견한 시간은 2시쯤이었다.
전혀 내일로 미루거나 하는 일 없이 바로 화순가려는 길을 돌려 시내가는 차로 환승해 약을 채워주었다. 배터리 뚜껑은 한번도 열지 않아 빡빡했다.
시계약 갈아끼우는 데 4천원. 시계약처럼 내 마음도 새것으로 갈아주세요.
튼튼하고 빠릿빠릿한 놈으로.
동생처럼 왜 통장에 돈을 넣었는데 카드에 돈이 들어있냐고 묻더라도 가끔은 모르고 사는게 좋을 때가 있다. 모르고 살던 때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차라리 모르고 지냈으면 하는 것도 늘어난다.
아무튼 커플라인으로 나온 이 시계를 사면서 똑같은 시계 남성용을 차고 있는 사람이 내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던 18살 여름 어느 날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일본 한정판이었던 이 라인이 작년에 보니 한국에도 출시되었으니 허황된 꿈만은 아닐지도 라는 생각을 하는 지금의 나도 언젠간 그리워지겠지.
시계약 갈면서 별 생각 다 한다.
2008.02.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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