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미소, 첫 미소, 우리들의 미소.
보리수 향기를 맡아 보고, 공원의 고요에 귀 기울이고 ─
그러다 얼핏 서로의 속을 들여다보고 놀라 웃음 짓고,
참으로 모든 것이 우리를 하나이게 했다.
그 미소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건너편 풀밭에서 놀던 그 토끼 한 마리,
우리 미소의 순수함 같았다. 잠시 후
호수를 소리 없는 두 저녁으로 가르며 미끄러지는
백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우리의 미소에는
어느새 숙연함이 스며들고 ─ 그리고
맑고 자유롭고
이미 다가오는 밤을 알리는
하늘로 솟은 나무우듬지의 둘레는
우리들 얼굴의 황홀한 미래를 향한 미소에
한계를 그리고 있었다.
─ 「사랑의 시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 선집 『두이노의 비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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