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응급실에서도 암 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첫번째는 chemoport dressing으로 외래에서 보냈을 때, 두번째는 neutropenic fever일때-는 우리병원에선 거의 없다-
세번째는 앞으로 소개할 류의 사건들이다.
말그대로 숨이 넘어갈거 같다며 이것만 어떻게 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들어온 아저씨. Saturation은 그렇게 낮지 않았는데 표현이 너무 격하길래 문진해봤더니 옆 대학병원에서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케모 두번째 하다가 힘들어서 further treatment refuse 상태였다.
우리병원에서 20분거리인 원래 병원에 안가고 여기로 온 이유는 다음주 화요일에 3차 케모를 하는데 지금 가면 꼼짝없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거 같아서 그랬단다.
ADL은 정상이고 누가봐도 환자처럼 안보이는 이 사람을 호스피스로 가라 할수도 없고, 그래도 보던 병원에서 증상 치료라도 하는게 낫지 않겠냐며 달래놓고 내과에 노티. 항암치료 안받겠다고 강하게 거부하던 얼굴에 깊은 고민이 떠오른다.
며칠간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아저씨2.
아무렇지 않게 과거력을 물었는데 췌장암이라 수술도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아저씨덕에 내가 괜히 죄송해진다. 내일 외래오는데 그때까지 버틸 힘이 없어서 응급실에 오신 그분께 영양제말고는 해드릴 수 있는게 없는 내가, 슬펐다.
넘어져서 왔다는 할머니.
소뇌암인데 한달동안 증상이 없이 정말 좋아져서 나아가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는 보호자. 하지만 오늘은 심하게 넘어져 얼굴에 상처가 났다. 정작 본인은 왜 어지러운지 왜 자꾸 넘어지는지 이유를 모르고 계시는 중. 이해가 가면서도 어려운 선택이다.
bleeding이 멈추지 않아 내원한 할머니.
Bleeding site가 어딘지 봤더니 breast tumor였다. 본인이 치료거부하시고 그대로 뒀다가 피부까지 necrosis되었거 이미 발견당시 간, 위 전이도 있던 상태였다. 지병으로 와파린 복용까지 하느라 당연히 출혈이 쉽게 멈출 상태는 아니었고 결국 압박하다가 입원하셨다.
(그리고 퇴원하셨다가 다시 er내원하셨는데 1차 케모를 한 상태였고 제네럴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열이 나서 오셨다.)
여러 보호자들을 본다.
그들도 환자의 staging에 따라 여러 양상이다.
어쩌면 암은 듣는 순간부터 암일테다.
그리고 terminal staging선고가 여럿을 더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몰랐으니까.
그래도, 라는 막연한 희망과 의학적 지식의 부족이 섞여 잔인함을 낳게 되니까..
16 인턴이야기
staging의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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