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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턴이야기

metastasis

2017.2.12에 작성된 글입니다.


근 한달간 일어난 일들을 적확한 단어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건 내 글쓰기와 문장력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생각 정리가 다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일은 일대로, 삶은 삶대로, 미래는 불투명하게, 그 후 미래는 더욱 슬플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달 전 남편의 보드시험이 끝난 날,
시아버님의 암 재발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전이도 된 상태였다.


나는 내 인턴생활의 클라이막스가 조혈모세포 기증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검사결과를 푸시하는 도중에 환자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말은 내 조혈모를 받기 전 해야하는 항암치료 (환자 본인의 골수세포를 죽이는 과정)를 견뎌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며 그 전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소식을 들으니 이미 일때문에 지쳐있고 짝턴들한테 충분히 미안한 상황에서 양가감정이 생겼다.
'차라리 환자가 기증받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게 취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근데 그러면 expire할 수도 있는데..'
'이런 걸로 고민하는 내가 싫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댁일이 생기니 기증이고 뭐고, 앞으로의 계획들이 전부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남편은 보드따고, 나는 인턴끝나고 1년간 쉬면서 세계여행 다니자고 했던 계획도 백지화되었다.
암이 아버님의 몸에만 퍼진게 아니라 내 생활에도 퍼져버린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환자 상태가 기증받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모든 과정이 종료가 되었다.
그게 아니었다 하더라도 내가 기증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역시나 계속 생각해왔던 것처럼
내가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면죄부와 환자가 그만큼 안좋아졌다는 걸 암시하는 과정 종료에 대한 죄책감이 함께 찾아왔다.

life goes on.
20대부터 잊을만 하면 나에게 찾아온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나에게 준 결론이다.
하지만 어떻게, 라는 문제는 항상 나에게 어려움을 준다.

클라이막스는 이제 시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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