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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70902

바나나나 망고만 살 수 있을 것같던 날씨가 하루아침에 시린 날로 변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복잡했던 며칠이 지나갔다. 검진-중국-월드컵예선전-장례식-산부인과가 겹친 며칠이었다.

검진
진료 일정이 있었는데 갑자기 내일 중국 출발이란다.
아 스트레스. 어레인지 스트레스. 싫은 소리해야하는 그 스트레스. 며칠전에도 중국일 때문에 일정을 한번 바꿨다가 파토나는 바람에 애매해진 건데.

중국
그쪽은 방송사에서 촬영까지 나왔다.
중국에 다녀오니 9월이 되었고
내가 별의별 일로 해외에 나가게 되는 것이 올해 가지못한 여행에 대한 나름의 보상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몸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오래간다.

월드컵예선전
원래 가기로 했던 이란전이 내가 중국에 가는 바람에 오빠 혼자 가게 되었는데 그것도 그 다음날 새벽 부고문자로 또 어레인지. 미치겠다. 왜 바쁠때만 바쁠까.

장례식
우리 외할머니랑 동갑이시던 시할머니께서 향년 98세로 돌아가셨다. 자식복이 많으셨던 할머니의 장례식장은 손주들만 모여도 몇 가족이 될만큼이었단다. 그걸보며 시어머니는 '우린 죽으면 둘밖에 없어서 어떡하냐' 생각했다면서 너네라도 애기 많이 낳아서 다 데리고 오라며 웃으셨다.

산부인과
배란이 잘 되지않는데도 달마다 꾸준히 집을 짓는 자궁은 얼마나 슬프고 꾸준하고 멍청한가. 그동안의 감정기복/통증/체력소모/재정낭비 모두 골때리게 빡치는 일이다.

다시 장례식
어머니의 마음준비에 대한 얘길듣고 짠해서 그렇다고 하자 동시에 둘다 눈이 붉어진다. 그 맘이 또 서로 이해가 돼서 눈을 제대로 못마주치고 애꿎게 콜라 주문도 못 하는 우리 둘이 애잔하다.

​그리고 오늘
누구는 반지를 잃어버려서
누구는 기대가 무너져서
오늘은 그래서 고기를 먹어야했던,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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