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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과 기쁨

출산~50일


그녀가 왔다.

나를 닮은 그녀, 너무 닮아서 그냥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닮은 그녀.

내 밤잠을 해치러 온 나의 구원자. 트름도 혼자 못하는 이 작은 세계.


오늘로 태어난지 76일째인 그녀와 50일간 있었던 이야기를 남겨보려한다.

이른바 '50일의 가을'.


1. 첫 만남

나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에 수술 후 막 태어났을 때 한번, 회복실에서 한 번 본 후로 만 하루 정도 아이를 볼 수 없었다.

직접 보러가고 싶어서 열심히 일어나는 연습을 했다.

축복아 라고 부를 때 울음을 그친달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본달지, 할 때마다 감격, 또 감격.


2. 면회는 하루 세 번

축복이와 같은 날 태어난 아이들은 축복이까지 6명. 

면회시간이 되면 신생아실로 하나 둘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몸무게, 주수, 태어난 방법, 이목구비, 머리숱-.- 등으로 비교당하는 이 나라, 우왕 시르다.


3. 모유수유

출산 다음날부터 젖이 돌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모유수유하면 막연한 두려움과 굳이 완모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유량은 가슴크기와 비례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4. 모유수유 2

병원에서는 신생아실 옆에 붙어있는 수유실에서 다같이 모여서 자세도 교정받고 물리는 연습을 했다.

한 산모는 아직 젖이 돌지 않아서 아기가 먹다가 말거나 힘들어 했는데 아직 젖이 많이 안 도나봐요 라는 신생아실 간호사의 말에 바로 아기에게 "미안해" 라고 하는 걸 보고 충격먹었다.

그게 왜 엄마의 잘못인가. 간호사도 바로 미안해 할 일 아니라고 정정해주어 다행이었다.


5. 젖몸살, 젖뭉침

모유가 너무 잘 생성된 나머지, 제때 먹이지 않거나 유축을 하지 않으면 가슴이 딴딴해지기 시작했다.

열나고 몸이 아픈 젖몸살까지는 오진 않았지만 가슴에 돌덩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게 될 정도로 굳어졌고

너무 딴딴해진 나머지 병원 신생아실 실장님이 마사지를 해주셨는데 나보고 가슴 성형했냐고 물어보셨다. 해서 이 크기면 어떡해요...^^


6. 통곡마사지

통곡이 나온다 해서 통곡마사지라고 불리는 젖뭉침을 풀어주고 모유가 잘 나오도록 도와주는 마사지.

병원에서는 신생아실 실장님이 해주셨고 원래 아픈 걸 잘 참는 편인데도 와 너무 아파서 죽는줄 알았다.

근데 조리원에서는 모유실장님(생각해보면 참 특이한 네이밍)이 해주셨는데 그렇게 아프지 않고 더 잘나와서 이것도 실력차가 있다는 걸 느꼈다.


7. 5박6일 + 13박 14일

수술때문에 5박 6일, 조리원에서 13박 14일.

출산한 주에 온다던 태풍이 그때 안오고 입원 중에 와서 완전 물바다가 되었다.

그와중에 와주신 분들 - 양가부모님, 동생, 서울 고모, 언니, 서울 작은아버지, 숙모, 사촌동생, 줴, 민쌤.


8. 그 잠깐 사이에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에 잠깐 들렀다.

시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나서 꼭 부모자격시험이라도 하는 듯이 축복이가 응아를 했다.


9. 조리원

어차피 이사도 가야하고 귀찮기도 하고 서로 비교할 거 같아서 싫기도하고 해서 일부러 프라이빗한 곳으로 예약했었다.

조리원은 천국이라던데 밤에도 가슴이 불어 아파서 잠을 못자고 유축을 해야했던 나는 잠을 잘 못자서...

마사지도 안 받고 교육도 다 들은 것도 아니고 밥만 먹고 먹이는데도 엄청 바쁜거 같고 모자동실 시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날들.


10. 조리원 2

조리원에서 산전 마사지를 받았었는데 크게 만족스럽지 않아서 산후마사지 2번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만 받고 추가로 결제하지 않았다.

가격대비 별로여서 그랬는데 조리원에서 나오고 보니 마사지를 따로 받으러 갈 시간이 없었다.

약간 아쉽긴 한데 그 돈내고 받았으면 붓기가 더 빠졌을까? 음. 잘 모르겠다.


11. 부모교육

조리원에서 부모교육이라고 해서 듣는 것들 대부분이 남편은 참여하기가 어렵게 되어있었다.

거기다가 한번 남편하고 같이 들었는데 되게 분위기 민망하게 되고...

그냥 퇴원교육이라고 해주세염.


12. 드디어 먹는다

임신 중에 먹기 힘들었던 걸 남편이 조리원으로 사다주었다.

바로 육회랑 연어.

10개월만에 먹는 육회. 행ㅋ벅ㅋ


13. 유두혼동

조리원에서 쓰는 그린맘 젖병은 공기반 모유반이지만 금방 쉽게 나온다.

그래서 모유먹일 때마다 하루이틀 힘들게 싸우면서 먹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째깐한 애기가 고개를 엄청나게 흔들면서 소리지르고 싫어한다. 그럴때마다 좌절감 무엇.


14. 다리가 긴 그녀

조리원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본아트 찍으러 왔는데

다리가 길어서 튜튜 밖으로 다리가 쭉 뻗었다.

주수보다 다리가 길었는데 이번에도 다리가 엄청 길다고 스튜디오 직원들이 놀랬다 ㅋㅋ


15. 딸꾹질

뱃속에서부터 딸꾹질을 하더니 밖에 나와서도 조금만 춥거나 쉬하거나 하면 엄청나게 딸꾹질을 해댄다.

어머니는 그럴때마다 젖을 물리라고 하고 엄마는 뭘 좀 먹이라고 한다.

난 평생 딸꾹질 하는거 아니므로 괜찮다고 했다.


16. 이쪽 저쪽

배내캠으로 실시간 축복이 상태를 볼 수 있었는데

아빠는 오른쪽으로 얼굴 돌려놓으라 하고 시부모님은 볼때마다 오른쪽이라고 왼쪽으로 돌려놓으라고 하신다.

녜녜.


17. 패션쇼

집에 와서는 조금만 더 있으면 작아서 못입을까봐, 추워서 못입을까봐 반팔 수트를 매일 두번씩은 갈아입힌것 같다.

게다가 옷 선물이 엄청 나게 들어와서 나보다 옷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색깔은 안타깝게도 핑크핑크 천지.


18. 이름짓기

이름짓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목록을 만들어 놓으면 그중에 어울리는 이름이 탁 나타날 거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국 기분이 양껏 상한 일이 한번 생겼고 이씨 여자아이 이름 목록만 거의 백번을 찾아보고 우여곡절 끝에 예쁘고 의미있는 이름을 지었다.


19. 50일 사진

50일 사진을 35일째에 찍었다.

생각보다 목을 잘 가눠줘서 예쁘고 급하게 ㅋㅋ

한번 외출도 쉽지가 않다.


20. 이사

할말하않.

오고나니 좋긴 하지만 떠나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사실.

백일도 안된 아기 데리고 이사를 한다는 건 할 짓이 못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21. 이사2

이사 후폭풍으로 나는 설사를, 축복이는 밤낮이 바꼈다. (사실 이사 전날부터 밤에 한숨도 안잠 ^^, 알고보니 원더윅스)

그 다음주는 바로 남편이 일을 시작해야해서

밤새 아기띠에 억지로 재워서 밤낮을 다시 바꿨다.


22. 4시간 텀

수유텀을 4시간 텀으로 늘리고 개인의 시간을 벌기 시작했다.

시간을 정해놓으니 엄마도 나도 헷갈리지 않고 둘이 애를 봐도 일관되게 밥먹는 시간, 노는 시간, 낮잠시간을 계산 할 수 있게 됐고

처음에는 먹놀잠을 못하다가 점점 먹놀잠(혹은 먹놀잠놀잠)이 가능해졌다.


23. 예방접종

다행히도, 열난다는 모든 예방접종에도 다 무난히 지나갔고

로타릭스는 아주 맛있게 먹더라 ^^

아픈 주사 맞고도 으엥 하고 다시 떡실신하는 축복이.


24. 태열

태열때문에 얼굴이 뒤집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행히 때맞춰 선물받은 수딩젤로 지금은 깨끗!

수딩젤은 나중에 또 포스팅해봐야지.


25. 교회만 세번 출석

그래도 서울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리고 싶어서 거기도 갔다가

내려와서는 양가 교회에 다 다녀오느라 온 신경이 곤두섰다가 온 진이 다 빠져버렸다.

50일도 되기 전에 교회만 세군데 가느라 매우 고생한 축복이.


26.  밤을 '하는' 아이

프랑스 아이처럼에 나오는 말이다.

한동안 8시부터 새벽2시까지 눕히면 울고 눕히면 우는 시간들이 계속 되면서 (알고보니 원더윅스였음)

밤을 하는 아이가 되도록 하기 위해 수면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굳혀졌다.



대략 50일간 있었던 일들이다.

축복이는 진짜 이름이 생겼고, 3.06kg에서 4.8kg, 키도 49cm에서 55cm으로,

나와 남편은 커플에서 가족이 되었다.


아주 큰 일들이 많았는데도 특별하게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줘서, 버텨줘서 고마울 뿐.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과 기도해주는 사람들, 친구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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