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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턴이야기

응급실 이야기 모음

1.

내가 있던 병원은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에 대해 치료과정이 바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스타(start의 준말로 알고있다)라는 체계가 있어서 응급실에서 스타를 띄우는 순간 레지던트, 당직 교수님한테 바로 콜이 가게 된다.

심근경색은 C-star, acute stroke은 B-star, Trauma는 T-star 이런 식으로 불리게 되고 연관된 모든 과가 한번에 콜이 되면서 스타 하나하나가 빠르게 일을 매우 증가시키는 - 그만큼 중환인거니까 - 그래서 응급실 인턴에겐 폭탄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날 응급실 어땠냐를 CPR 몇개, 스타 몇개 등으로 말하고 서로 어깨를 토닥여주는 지표랄까.

오죽하면 내과 레지던트가 제일 싫어하는 가수가 시스타(c-star)라는 아재개그까지 있을 정도.

2. 

내가 있던 병원은 2차병원인데도 주변에 3차병원이 없어 다른 병원에서 매일 같이 쏘는 중환으로 바쁜데다가

군부대, 권역응급센터, 외상외과라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환자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병원.

그날도 역시 너무나 바쁜 날이었다.

교수님은 몰려드는 스타에 "그래! 오늘 드래곤볼 한번 모아보자!"라고 소리쳤고

정말로 스타 7개를 모았다는...

3.

하루는 어김없이 trauma 환자가 급하게 실려들어왔는데 자동차 사고였나 이미 ICH로 mental coma에 중환자실 자리나면 바로 수술방들어갈 예정인 환자였다.

얼굴이 많이 부어있는데다 찰과상에 laceration이 여러군데 있어서 ICU올라가기 전에 suture를 하게되었는데

그와중에 ICU 자리가 났단다. 

PS 레지던트쌤이 자기때문에 빨리 못올라가는거 아닌가 해서 

원래 떨지도 않는 분이 손을 떨면서 초스피드로 suture 하는데

뒤에서 보던 EM 교수님 왈 "와 인간재봉틀이네 인간재봉틀"

4. 

공사장에서 콘크리트에 깔려서 온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둘이 동시에 같은 콘크리트에 깔렸는데 한 사람은 배쪽에 깔려서 alert하고 한사람은 다리쪽에 깔려서 fracture가 심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arrest가 나서 보니 배에 깔렸던 사람에게 FAST(외상시 시행하는 복부초음파)를 하고 있었는데 

liver laceration이 생긴 걸 발견한 순간 바로 mental이 처지면서 arrest가 나버린 것이다. 

결국 수술방에 어찌 올렸는데 또 arrest나고 결국 expire..

크게 다쳐보였던 사람은 살았고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니 이런게 새옹지마인가 싶었던 다들 황망했던 순간이었다.

5.

이외에도 이상한 곳에 이상한 물건이 발견되어 온 사람 (...)

pupil 열린 채로 들어온 17살 둘째아들.

갈비탕 먹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실습오다 사고나서 응급실로 실려온 간호대학생.

등등등 한번씩 생각나는 환자들 모두 응급실에서 마주했다.

그리고 내 응급실 생활은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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