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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 GP 이야기

나의 길은 어디에 있나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얼른 이 얘기를 써놔야 내용이 진전이 될 것 같다.
일에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미용 시작한지 1달쯤 됐을 때라서
이 글이 아마도 유일하게 남기는 미용GP생활에 관한 이야기일 듯 하다.

우선 미용일은 경력이 인정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가장 컸다.
그 전에는 피부과에 가본 경험이 거의 없고 그나마도 질환 위주로 간 일이 많아서
미용에 관련된 건 전혀 몰랐던 상태.

그래서 정말 어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구나
(돈은 어디서 나지?는 덤으로 따라오는 생각) 하면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미용은 주로 시술과 레이저로 나뉘는 데
시술은 보톡스, 윤곽주사, TA, 필러, 실리프팅
레이저는 제모, 색소, 재생, 리프팅, 여드름 (이외에도 무궁무진..) 정도로 보면 된다.

처음 일했던 곳은 네트워크 병원으로 위치상 완전 핫플이었고 그덕에 환자(보다는 고객)이 많아
일을 빨리 배워서 빨리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펑션을 쭉 끌어올려서 열심히 배웠고 열심히 일했다.
메디게이트에선 블랙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일하는 입장에선 블랙이라 느끼지 않았다.
(미용은 특히, 블랙이나 공장식.. 잘 피해야 하는데 보통은 다른 일을 안해보거나 미용을 안겪어본 초보들이 유입되기 쉬운 코스라서 아무래도 더 블랙이 많은 것 같다)

인턴할 때 ER에 카디오 철, 뉴모 철이 있었던 것 마냥
여기도 제모철, 보톡스철, 바디주사철 등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ㅋㅋ
제모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병원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도 알게되었지 ㅎㅎ

그렇게 5개월정도 일하고 여행 및 출산휴가로 그만뒀다가
출산 후 고향으로 이사를 하고 새로운 클리닉에서 파트타임 경력직으로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것이다.
내가 미용일을 계속 하진 않을 거란 것.

그게 언제일진 모르지만 언젠가는 수련을 받을 것이고
그 전까진 일을 또 배워야 하긴 하지만...
배우는 술기가 늘어날 수록 내가 이 일을 평생 하지 않을 건데 리스크가 큰 시술을 하기 부담스러워졌다.
(당시 필러는 이마필러빼고 다 배운 상태)

게다가 혹시 수련을 받지 않고 쭉 미용을 한다고 해도 특별히 개원 생각이 없어서
내가 행여 실리프팅까지 마스터하면 몸값이 많이 오르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부원장을 쓸 곳이 이 지방에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고민(쓸데없는 건지도 모름)이었고

그 병원은 대표원장 혼자 있는 곳이라서 배울 사람이 그 분밖에 없는데 실리프팅을 잘한다라는 생각이 사실은 많이 안드는 데다가 뭔가 발전가능성이 없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리고 진짜 진상은 미용 진상 아뉘겠음꽈 ^^... ㅋㅋㅋ

써놓고 보니 안좋은 점만 써놨는데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일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거고
주 3일 일하는 데도 미용 특성상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아서 환자상대가 힘겹다는 느낌때문이었다.

애기낳고 다시 일한 지 몇 개월 안돼서 그만 뒀다는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써놨네? 호호

결론은 미용은 환자든 의사든 잘 골라서 다니자고.
그리고 나의 길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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